2017/12/19

연구실 옆 건물 공사를 보면서

인문대에서 석사 과정을 보낼 때는 인문대에서 건물 공사를 하느라 시끄러웠다. 공사가 끝날 때쯤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자연대로 왔는데, 이번에는 자연대에서 건물 공사를 한다고 암반을 깨고 있었다. 대학원을 다니는 내내 학교는 공사 중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학부를 다닐 때도 학교는 공사 중이었다. 외국 대학을 다니던 사람들은 왜 한국 대학들은 항상 공사를 하느냐고 묻는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내가 다니던 학교만 그런 것이 아니었고, 다른 학교에 놀러 가도 놀러 간 그 학교도 공사 중이었다.

대학만 공사 중인 것이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이 공사 중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공사 중인 곳을 꼭 한 군데 이상 지나치게 된다. 못 보던 건물이나 시설이 생겼다가 이렇게 뜯어고쳤다가 저렇게 뜯어고쳤다가 없앴다가 다른 것을 세웠다가 또 뜯어고친다. 저개발 국가가 개발 좀 된 국가가 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한국이 나라꼴 갖춘 것도 얼마 안 되고 한국 대학도 대학꼴 갖춘 것도 얼마 안 되니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서울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라고 뻥치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역사적인 흔적이 남을 틈을 주지 않고 허구헌날 공사하고 뜯어고치는 도시에서 무슨 역사와 전통과 공존한다는 것인가? 연구실에서 공사 중인 옆 건물을 보면서 아마 경복궁도 문화재만 아니었으면 뜯어고쳤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대학 건물이 문화재로 지정되면 여러모로 곤란해지니까 유서 깊어질 틈을 안 주려고 일부러 재건축하거나 리모델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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