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3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 철학의 시작?



예전에 고등학생 과외할 때 EBS 영어 모의고사 문제집을 푼 적이 있는데, <2014년 EBS 고득점 N제 280제> 8강에는 영어영역 지문으로 철학에 관한 글이 나온다. 해당 지문의 한국어 해설은 다음과 같다.

철학은 평범한 일상 경험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에 관해 생각하기도 한다. 먹기와 같은 단순한 경험도 몇 가지 중요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는가? 그 질문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양은 삶에서 얻는 즐거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면 그렇다. 그러나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어떤 즐거움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지를 결정하려고 할 때, 예컨대 한편으로는 날씬하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을 결정하려고 할 때, 우리는 철학적으로 사색하기 시작한다. [...]

철학은 평범한 일상 경험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일에 관해 생각하기도 한다. 먹기와 같은 단순한 경험도 몇 가지 중요한 철학적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먹어야 하는가? 그 질문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그 질문을 하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양은 삶에서 얻는 즐거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특히 지나치게 많이 먹는다면 그렇다. 그러나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어떤 즐거움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지를 결정하려고 할 때, 예컨대 한편으로는 날씬하고 깔끔하게 보이는 것과 다른 한편으로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즐기는 것과 같은 것을 결정하려고 할 때, 우리는 철학적으로 사색하기 시작한다. [...]

많이 먹을지 덜 먹을지 고민하는 것이 무슨 놈의 철학적인 사색인가? 한국 사회가 철학을 얼마나 만만하지 보는지는 이렇듯 모의고사 지문에서도 나타난다.

재미있는 점은, 이런 류의 지문이 GRE 문제에서도 나온다는 점이다. 유학 준비 중인 대학원생에 따르면, GRE 독해 지문에서도 ‘일상을 낯설게 보는 것이 철학의 시작’이라면서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한다. ‘일상을 낯설게 보기 위해 철학을 해야 한다’는 것이 국내에서 생산된 개소리가 아니라 외국에서도 횡행하는 개소리인 모양이다.

도대체 일상을 낯설게 본다는 것이 무엇인가? 몇십 년 동안 같이 살던 배우자가 낯설게 보인다면 그것은 배우자가 외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철학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가까운 흥신소에 문의해야 한다. 평생 살아온 동네가 낯설게 보인다면 그것은 치매 전조 증상이다. 철학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빨리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젊었을 때 낙엽을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중년 이후에 낙엽을 보면서 서글픈 감정이 든다면 그것은 갱년기 증상이다. 철학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건강보조식품을 먹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일상을 낯설게 보아서 어디다 쓸 것이며 고작 그런 쌈싸먹는 소리나 하려고 철학을 한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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