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14

소가 된 게으름뱅이



전래동화 <소가 된 게으름뱅이>는 아이들에게 게으르면 메시지를 전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동화 내용을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게으름뱅이가 소가 된 것은 단순히 게을러서가 아니라 관찰력과 판단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시골에서 살면서 소가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그렇게 일한 소가 결국 어떻게 도축되는지 모를 수가 없는데, 그런데도 게으름뱅이는 소가 되기를 원했으니 최소한의 관찰력과 판단력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소가 된 게으름뱅이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약간 수정해보았다.

게으름뱅이에게는 판단력과 결단력이 있었다. 그래서 노인에게서 소탈과 소가죽을 받고 그 자리에서 착용하지 않았다.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좋은 데 쓰겠습니다.”, “어, 안 되는데. 여기서 써야 하는데...”

그렇게 소탈과 소가죽을 받아든 게으름뱅이는 당항성(지금의 경기도 화성 일대)을 향했다. 당항성은 당나라로 가는 배들이 정박하던 항구였다. 게으름뱅이는 일행이 될 만한 사람들을 찾는다.

“스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소승은 불법을 구하러 천축국에 가려고 합니다.”

“아, 잘 됐네요. 저도 천축국에 가야 하는데 같이 가시지요.”

“처사님도 불법을 구하러 가십니까?”

“그건 아닌데요, 제가 여기서 소가 되면 그게 불법이에요.”

스님들과 함께 천축국에 간 게으름뱅이는 소탈과 소가죽을 뒤집어쓰고 소가 되어 평생 아무 일도 안 하고 놀면서 사람들의 숭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다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은 고정된 것이 아니어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길흉화복이 바뀔 수 있으며 자신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판단력과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17.10.14.)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