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4

화천이도 어미가 되니

     

화천이한테 밥을 주면 화천이 새끼들이 빼앗아 먹는다. 고양이 마릿수만큼 밥그릇을 놓았고 똑같은 사료를 똑같은 양으로 주는데도 화천이 새끼들은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는다.
  
눈 노란 놈과 눈 파란 놈은 자기 밥그릇에서 자기 밥을 몇 입 먹다가 다 먹지도 않고 화천이 밥그릇에 머리를 들이민다. 화천이는 눈 노란 놈과 눈 파란 놈이 자기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을 멀건이 보기만 한다. 어차피 밥그릇은 세 개니까, 화천이 새끼들이 화천이 밥을 먹는 동안 화천이가 새끼들 밥을 먹으면 되는데, 화천이는 그렇게 하지 않고 자기 밥을 먹는 새끼들을 보기만 한다. 화천이 새끼들은 화천이 밥을 다 먹고 나서 자기 밥그릇에 있는 사료를 마저 먹는다. 새끼들이 하도 화천이 밥을 빼앗아 먹으니까, 어머니는 고양이 밥을 줄 때 화천이 옆에 붙어서 화천이 새끼들이 화천이 밥을 못 먹게 지킨다.
  
화천이는 어려서 어른 고양이들이 있거나 말거나 제 마음대로였다. 그런데 이제는 화천이가 새끼들 눈치를 본다. 크게 울지도 않는다. 현관문을 열면 화천이의 두 새끼들이 “아-아앙 우아-앙” 하고 시끄럽게 울면 화천이는 구석에서 “에-에옹” 하고 조용히 운다. 화천이도 어미가 되어서 그런 것인가.
  
지난 주말에도 화천이는 새끼들이 자기 밥을 빼앗아 먹는 것을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었다. 한참 가만히 있다가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는 검은 털에 반질반질 윤기가 흐르는 두더지 한 마리를 잡아왔다.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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