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2

어린 왕자



동료 대학원생이 자기가 읽고 있던 책을 나에게 읽어주었다. 어린 아이와 같은 마음을 가지라면서 나에게 읽어준 것이다. 동료 대학원생이 나에게 읽어준 것은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이었다.


내가 B-612호 별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면서 이처럼 번호까지 정확하게 밝히는 이유는 어른들 때문입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니까요. 새로 사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어른들은 정말 중요한 것은 물어보지 않습니다. 그 친구는 목소리가 어떤지, 어떤 놀이를 좋아하는지, 나비 채집을 하는지 등은 전혀 묻지 않습니다. 그 애는 몇 살인지, 형제는 몇 명인지, 몸무게는 얼마인지, 그 애 아버지는 돈을 얼마나 버는지 등만 묻습니다. 그런 것을 통해서만 그 친구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가에 제라늄 화분이 있고 지붕 위에 비둘기가 나는 예쁜 붉은 벽돌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전혀 상상하지 못합니다. 어른들에게 ‘10만 프랑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해야만 ‘야, 그거 굉장한 집이겠구나!’ 하고 감탄합니다.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었다. 동료 대학원생은 모든 사람이 각자 고유의 개성을 가진다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어린 왕자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동료 대학원생은 이미 서른 살을 훌쩍 넘기지 않았는가? 나는 동료 대학원생에게 대강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이 하나하나 그렇게 개성 넘치고 특색 있게 보이는 건 아직 아이가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고 범주화하는 데도 능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몇몇 부류로 충분히 나눌 수 있고 그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도 다 비슷비슷하다. 그리고 그 부류에 속하게 하는 여러 요인은 상당 부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숫자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대강은 말해준다고 믿는다.”

이렇게 말해도 어린 왕자 같은 동료 대학원생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어린 왕자도 쉽게 이해할 만한 예를 들었다.


- 아이: “엄마, 저 친구를 하나 사귀었어요.”

- 엄마: “그래? 잘 됐구나. 그 친구는 취미가 뭐래?”

- 아이: “승마래요.”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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