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 바뀔 때까지 몇 초 정도 기다렸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은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등에 영어로 뭐라고 써 있었다.
‘어, 왜 대학교에 용이 살지? 그런데 용은 YONG이 아니고 DRAGON인데. 요즈음은 대학에서 저런 것도 가르치나? 음주 동아리인가?’
용인대 유도학과의 과 코트였다. 용이 대학에 사는 것이 아니라 “YONG IN UNIVERSITY”였고 동아리에서 주도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과에서 유도(JUDO)를 배우는 것이었다. 2초 정도 헷갈렸다. ‘YONG’과 ‘IN’을 대쉬(-)로 이었다면 순간 헷갈리지 않았을 텐데.
낙성대 역 근처에 ‘효심당 한약국’이라는 한약국이 있다. 간판은 작은데 글씨는 커서 ‘효심당한약국’이라고 여섯 글자를 모두 붙여놓았다. 마을버스 타고 지날 때마다 ‘효심당한 약국’이라고 읽고 ‘아, 효심당 한약국이지’ 한다. 4년째 그러고 있다.
* ‘효심당하다’의 용례
- 김 노인: “그거 들었어? 윤씨네 아들이 윤씨한테 겨울에 추우니까 따뜻한 데 있으라면서 한 달 정도 동남아로 여행 보내버렸대.”
- 이 노인: “아이고, 그 노인네 아들한테 효심당해버렸구만.”
현대 한국어에 이런 용례는 없다. 고대 한국어나 중세 한국어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2016.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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