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17

지도교수의 매력

     

협동과정에서 송년회를 했다. 아직 입학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학기 신입생이라 송년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술자리에서 지도교수님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람들이 물어봐서 나는 의사소통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지도교수님은 제자들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하지 마라”라고 직접적으로 말씀하지 않는다. 보통 “이 것은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지만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하지 않겠나 싶네만은...”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자신의 면담 결과를 해석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한 사람도 있었다.
  
나는 선생님과 별 문제 없이 의사소통한다. 선생님께 나는 “이 일은 이런 측면도 있고 저런 측면도 있어서 A안과 B안과 C안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A안이 최선일 수도 있겠지만 B안과 C안도 고려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만...”이라고 말한다. 그러면 선생님은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네”라고 하신다. 그러면 그 다음 면담 때 선생님은 “지난 번에 B안으로 한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 건가?”라고 하시고 나는 “네, B안으로 처리했습니다”라고 한다.
  
의사소통 이야기만 했어야 했는데 나는 괜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았는데 사람들 앞에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 나는 사람들한테 내 지도교수님이 매력이 있지 않으냐, 고양이 같은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고양이는 깨끗한 곳에서 조용히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잡으려고 하면 어디론가 사라져서 잡을 수 없지만 언제 왔는지 옆에 와서 스치듯 비비고 지나간다. 어디 있나 보면 높은 곳에 올라가서 혼자서 어딘가를 바라보는데 앉아 있던 곳을 다시 보면 또 어디로 갔는지 사라지고 없다, 아무 소리도 안 내고 한참 가만히 앉아있는데, 어쩌다 울면 크게 울지도 않고 들릴 듯 말 듯 하게 가만히 소리를 낸다, 가만히 고양이를 보면 신비롭지 않느냐.” 그러면서 화천이와 새끼들 사진을 보여주었다.
 
 
 
내 말에 사람들이 의외로 격렬하게 반응했다. 어떤 과학사 선생님은 “세상에, 짚신도 짝이 있다더니!”라며 놀라워하셨다. 그 동안 내 지도교수님의 제자들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나 같은 이야기를 한 사람은 아직까지 없었다는 것이었다. 과학기술학 전공자 중 한 분은 지도교수를 이렇게 시적으로 묘사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제가 인문대 출신이어서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다.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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