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2

가슴이 시키는 대로 일하면 큰일 난다

     

멘토라고 하는 사람들 중에 “쫄지 마라”, “인생은 짧다”, “한 번 뿐인 인생, 하고 싶은 일을 하라”, “가슴이 시키는 일을 하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되는 일이 없어 답답한 사람들이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잠시 좋아질 수는 있겠다. 그런데 이들의 말을 그대로 들으면 어떻게 될까?
     
직업은 내가 할 수 없거나 하기 싫어서 남에게 돈을 주며 시키는 일이고, 취미는 내가 좋아서 남에게 돈을 주며 하는 일이다. 그러니, 가슴이 시키는 대로 어떤 일을 직업으로 오래 유지한다는 것은, 적어도 남이 할 수 없거나 남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잘 할 때만 가능하다. 아무리 가슴이 시키는 일이었다고 해도 일거리가 안 들어와서 못 하거나 하기는 했는데 못 했다고 고객한테 욕먹거나 동료나 사장에게 욕먹으면 가슴이 뛰다가 말 것이다. 그 정도로 일도 못 하고 욕먹으면서도 가슴이 뛴다는 사람을 아직까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멘토라는 사람들은 자기 분야의 최상위권에 속하는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했다고 해서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도 가슴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가.
     
멘토들은 그 분야의 수많은 경쟁자들이 낙오하는 와중에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사람들이다. 낙오자들은 어떻게 되었는가. 낙오했지만 행복하게 사는지,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면 행복했을 텐데 낙오하는 바람에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어 불행하다든지, 어떤 언급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멘토들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자기가 성공한 이야기만 할 뿐이다.
   
망할 때 망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정말 망하는 상황을 가정하는 것 같지는 않다. 정말 그렇다면, 성공한 멘토에게서 감명을 받는 만큼 망했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해서 후회가 없는 사람에게서도 감명을 받을 만한데, 실패한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누구라도 주변에 사업하다 실패한 사람이 적어도 한두 명씩은 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감명 받은 사람을 본 적 있는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실패할 때 실패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며 눈을 반짝이고 주먹을 쥐는 사람을 본 적 있는가? 나는 아직까지 그런 사람을 보지 못했다.
  
어쩌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큼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위험을 감수할 만한 사람인지, 아니면 남들과 비슷하게 살기 위해 남들만큼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력과 인내를 견디지 못해서 어디론가 뛰쳐나가서 마냥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건지 판단하는 데는 그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한 짓 안 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팟캐스트가 있다면 어떨까. 자신의 실패담을 담담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팟캐스트가 생긴다고 해도 그걸 들으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팟캐스트가 생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2015.08.12.)
    

댓글 없음:

댓글 쓰기

초등학교 셔틀버스의 전원주택 진입로 출입을 막다

전원주택 진입로에 깔린 콘크리트를 거의 다 제거했다.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예전에 도시가스관을 묻으면서 새로 포장한 부분인데, 이 부분은 다른 부분보다 몇 배 두꺼워서 뜯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을 빼고는 내 사유지에 깔린 콘크리트를 모두 제거했다. 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