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9

명문대 가는 중학생 공부 비법



내가 과외하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책꽂이에 『명문대 가는 중학생 공부 비법』이라는 책이 있었다. 며칠 전 아버지가 사준 책이라고 했다. 그 학생은 그 책을 4분의 1도 읽지 않았다. 왜 안 읽었느냐고 물으니 그 학생은 “아, 책 내용이 너무 비인간적이에요. 도저히 못 읽겠어요!”라고 했다. 내용이 궁금해서 나는 과외하다 중간에 쉬는 시간에 그 책을 읽었다.

그 책은 명문대생 스물두 명이 쓴 글을 엮은 것이다. 책 표지에는 “평범한 학생도 이대로 따라 하면 명문대 갈 수 있다! 멘토처럼 옆에서 직접 들려주는 생생한 중학생 공부비법!”이라고 써 있었는데, 사실 그런 건 하나도 없었고 명문대 입학생들의 유치한 자기 자랑만 있었다.

수학 등급을 3등급에서 1등급으로 만든 어떻게 만들었는지 설명하는 학생도 있다.


문제를 풀면서 개념과 풀이 방식을 모두 공부하지 않는 것은 문제를 푼 것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 두 달 반 만에 소단원 400여 문제씩 총 6,000여 문제를 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내내 3등급이던 수학 성적이 급상승하여 계속 1등급을 유지하고 막판에는 전교 5등까지 올랐습니다. (31쪽)


두 달 반 동안 6천 문제를 푼 것은 대단한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할 수 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못하는 것은 정신력이 약해서가 아니라 개념과 풀이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개념과 풀이 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가? 그런 건 설명하지 않는다.

인생의 암흑기를 이겨낸 명문대 입학생도 있다.


중학교 시절은 제 인생의 ‘암흑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좋지 않았습니다. ‘대전의 대치동’이라는 문산동에서 살던 저는 남들처럼 학원을 다니고 남들처럼 외고 진학을 생각했습니다. [...] 고등학교 때는 내신 외에도 흔히 스펙(SPEC)이라고 말하는 비교과 영역을 관리해야 합니다. [...] 참고로 저는 (1) TEPS 932 (2) DELE B1(스페인어 공인 인증시험) (3) 교내 축제 연극 연출&시나리오 작가, (4) 교내 지리/수학/시사 토론 동아리, (5) 교내 체육 대회 응원 단장, (6) 교내 전공 문화 소논문쓰기 대회 장려상/은상 입상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 중에서 DELE는 외고를 다녔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 외에는 모두 제 노력의 결과물입니다. [...] 단어는 영어 문제집을 풀면서 모르는 단어를 수첩에 적어놓고 그때그때 외우면 됩니다. (36쪽-44쪽)


근면성실을 가르쳐주는 명문대 입학생도 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책인 『마시멜로 이야기』에 나오는 한 구절을 소개할까 합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65쪽)


인생의 가르침을 가르쳐주는 명문대 입학생도 있다.


R=VD. ‘R’이 뜻하는 것은 realization, 곧 실현(성공)이고 ‘VD’가 뜻하는 것은 vivid dream, 곧 뚜렷한 꿈입니다. 꿈을 생생하게 꾸면 그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제가 정말로 간절히 원하는 것은 뚜렷하게, 그리고 꾸준히 상상하면 그것은 이루어집니다. 그 꿈을 이룬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의심 없이 밀고 나가야 합니다. 절대로 자신을 의심하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자기 믿음이 중요합니다. 생생한 꿈과 자기 믿음! 이것이 여러분이 꿈을 이루는 원칙입니다. (114-115쪽)


R=VD이 꿈을 이루는 원칙이라고 한다. 그 학생은 명문대 입학생이니 학창시절의 꿈을 이루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생은 길고 그 학생은 아직 대학을 졸업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 원칙이 그 학생의 다른 꿈도 이루어줄 수 있을지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과외받는 학생한테 말했다. “하는 일이 조금 안 풀린다고 좌절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하는 일이 조금 잘 풀린다고 이렇게 자만하고 까불면 안 돼. 왜 그런 줄 알아?” 나는 학교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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