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5

땅벌한테 세 방이나 쏘이다



어제 낫으로 풀을 깎다가 땅벌에 쏘였다. 오른쪽 손등에 뜨끔한 느낌이 들었는데 통증이 너무 강해서 뱀에 물린 줄 알았다. 발목도 아니고 손등을 어떻게 뱀이 물었나 싶어서 보니, 땅벌 두 마리가 손등에 붙어 있었다. 내가 확인하자마자 날아가 버려서 그 두 마리를 잡아죽일 수도 없었다. 오른쪽 손등이 너무 아파서 순간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오른쪽 허벅지에도 땅벌에 한 방 쏘였다. 역시나 곧바로 달아나서 잡을 수 없었다.

통증이 너무 강해서였는지 땅벌에 쏘인 직후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알레르기 반응인가 싶어서 겁이 났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2년 전 가을에도 땅벌에 쏘인 적이 있었다. 그 때는 며칠 붓고 며칠 가렵다가 끝났다. 그렇다면 이번에 몇 방 쏘였다고 해도 심장이 조여들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로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사라졌다. 세 놈한테 한 번에 당하니 너무 아파서,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든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집에 가서 어머니께 땅벌에 쏘인 곳을 보여드렸다. 어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땅벌에 쏘인 이야기를 했다. 내가 걸음도 제대로 못 걸을 때 하도 엄마를 찾고 우니까 어머니는 나를 뒤란에 두고 풀을 깎았는데, 그 때 내가 땅벌에 쏘여서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한다. 다 큰 지금도 땅벌에 쏘이면 이렇게 아픈데 그때는 얼마나 아팠겠는가? 그런데 그때도 붓기만 했지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고 한다.

하루가 지나니 전날보다 손이 더 부었다. 한 방 쏘인 오른쪽 허벅지는 욱신거리기만 하고 붓지는 않았는데, 두 방 쏘인 오른쪽 손등은 손등이 문제가 아니라 손가락과 하박까지 부었다.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다.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를 하면 꼼짝없이 지게 생겼다.

예전에 외할아버지가 벌초하다가 땅벌에 여러 방 쏘였는데 티를 안 내니 외할머니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머리 쪽에 여러 방을 맞아서 그랬는지 목이 조여오는 느낌이 들어서 숨쉬기 어려웠다고 한다. 외할아버지는 아침에 일어나 외할머니한테는 따로 말하지도 않고 구급차를 불렀고, 외할머니는 갑자기 집에 온 구급차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나는 세 방이나 쏘였지만 손등과 허벅지만 쏘여서 호흡이나 맥박, 혈압 등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보면 땅벌에 쏘였지만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202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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