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게시물 중 상당수는 디지털 쓰레기다. 얄팍하게 돈 벌어보려고 기계적으로 광고 글을 써 올리지 않나, 알아보자고 해놓고 아무것도 알아본 것 없이 알아봤다고 우기면서 혐오스럽게 생긴 허여멀건한 캐릭터나 냅다 박아넣지 않나(다행히 해당 캐릭터는 현재 사용되지 않고 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게 냅다 사진 몇십 장을 분별없이 올려놓고 일상 사진이라고 하지 않나, 하여간 글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게시물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세 줄 이상 글을 쓸 능력이 없는 사람조차도 글 쓰는 기분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네이버 블로그의 강점일 수도 있다. 예전에 보면, 꼭 광고 글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을 서술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이는 게시물에서도 그 혐오스럽게 생긴 허여멀건한 캐릭터를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건 블로그 주인도 자기가 쓴 것이 글이라고 보기 어려워서 그렇게 한 것이다. 블로그 게시물 중간중간에 그 혐오스러운 캐릭터 스티커를 집어넣는 것은, 개소리쟁이들이 글의 내용과 아무 관련 없는 수식어를 길고 지루하게 써넣는 것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정보량도 별로 없는 앙상한 내용의 글을 띄엄띄엄 읽게 만들어서, 독자가 마치 글을 읽는 듯한 착각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요새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혐오스럽게 생긴 캐릭터 스티커를 없애고 사진이나 링크를 자연스럽게 게시물에 넣을 수 있도록 바꾸었다. 영화 리뷰라고 해놓고 영화 봐서 기분이 좋았다는 정도의 내용밖에 없는, 거의 초등학교 저학년 그림일기 수준의 글이어도, 영화 사진이 게시물 곳곳에 그럴듯하게 있어서, 생각 없는 사람들 눈에는 마치 멀쩡한 게시물처럼 보이게 만들 수 있다.
글 못 쓰는 사람들이 기분 좀 내겠다는데 네이버가 그것을 좀 돕는 것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글을 잘 쓰든 못 쓰든 쓰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쓰라고 하고, 분별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잘 걸러서 찾으면 된다. 문제는, 정상적인 글을 쓰는 사람들이 글을 쓰는 데 지장을 주는 방식으로 네이버에서 블로그 기능을 개편한다는 점이다.
오늘 보니, 네이버 블로그 하단에 글감 탭이 생겼다. 원래 상단 구석에 있던 탭인데 그것을 하단 중앙에도 하나 더 만들었다.
글감 탭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저작권 문제없이 사진이나 영상을 게시물에 넣게 하기 위해서다. 어디서 사진 하나 가져왔다가 저작권 문제 생기면 블로그를 그만둘 까봐 그런 문제를 생기지 않게 하려는 모양이다. 다른 하나는, 블로그 게시물에서 네이버 검색으로 곧바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인 것 같다. 가령, 어떤 사람이 대학로에서 연극 <햄릿>을 보고 블로그에 글을 썼다고 하자. 예전이었다면 해당 블로그 게시글을 읽은 다음, 새 창을 열어서 네이버에서 ‘햄릿’을 검색했을 것이다. 이제는 블로그 글을 쓸 때 글감 탭에서 <공연>에서 ‘햄릿’을 검색하면 여러 햄릿 공연 중 블로그 주인이 염두에 둔 햄릿이 뜬다. 게시물을 읽던 사람이 해당 링크를 누르면 여러 햄릿 관련 검색 중 해당 공연이 맨 위에 뜨는 창이 열린다.
광고장이들이나 생각 없이 글 쓰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기능인 것은 나도 알겠다. 많이들 써라. 그건 그거고, 나는 그딴 기능을 전혀 쓸 생각이 없는데, 왜 글감 탭이 블로그 하단 중앙에 자리를 차지해서 글을 쓰고 수정할 때마다 거슬리고 걸리적거리게 만드나? ‘접기’를 눌러봐야 폭만 줄어들 뿐 사라지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다.
사실, 이것보다 더 심각한 건 예전에도 있었다. 2022년에 스마트에디터 ONE으로 바뀌면서 스마트에디터 2.0 때도 있었던 들여쓰기 기능이 없어졌다. 그러면 블로그 게시글에 남의 글을 인용할 때는 어떻게 하나? 인용구 상자가 새로 생겼다. 어떤 글을 인용구 상자에 넣으면 본문보다 두드러지게 보이게 된다. 문맥과 상관없이 개똥 같은 문장이나 따 와서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인 것은 알겠다. 그러면 들여쓰기 기능은 그대로 두고 인용구 상자를 만들면 안 되나?
인용구 표시 말고도, 들여쓰기가 없어져서 생기는 문제가 또 있다. 책을 읽고 요약한 것이라든지, 강의자료 같은 것을 블로그에 올리던 사람들도 있었다. 들여쓰기가 가능해야 어떤 것이 상위 정보이고 하위 정보인지를 구분할 텐데, 들여쓰기가 없어졌다. 영양가 있고 멀쩡한 글을 올리고 싶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네이버 블로그의 기능이 개편되어온 것이다.
네이버 개발자들은 네이버 블로그를 안 쓰나? 네이버 블로그는 쳐먹고 노는 사진이나 찍찍 올리는 데 쓰고 멀쩡한 내용의 글은 몰래 티스토리나 구글 블로그 같은 데다 쓰나?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만드는지 이해가 안 된다.
* 링크: [공지] [스마트에디터 ONE] 글감첨부 기능이 이렇게 달라졌습니다! / 네이버
( https://blog.naver.com/blogpeople/223985504592 )
(202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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