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와 핀란드가 전 세계 학술지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등급 평가에서 적잖은 수의 한국 학술지들이 ‘부실 의심 학술지 목록’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주간경향>의 기사를 보고, 내가 아는 한국 학회가 몇 등급에 해당하는지 궁금해졌다. 핀란드 출판포럼(JUFO) 홈페이지에 들어가 학회의 ISSN을 입력했다. 한국과학철학회 <과학철학>(1598-754X)를 검색했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한국철학회 <철학>(1225-1518)을 입력했다.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철학>은 철학 분야 KCI 우수등재지인데도 검색되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학회의 <과학기술학연구>(1738-9291)와 한국과학사학회의 <한국과학사학회지>(1229-7895)도 당연히 검색되지 않았다. 경제학 분야의 KCI 우수등재지인 <경제학연구>(1226-377X)도 검색되지 않았다. 내가 검색을 잘못했나 싶어서 한국물리학회의 <Journal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0374-4884)를 검색했다. 레벨 1이었다.(레벨 0부터 레벨 3까지 있다)
<주간경향>의 기사만 보면, 상당수의 한국 학술지들이 국제 기준 미달인 것으로 생각하기 쉬울 것 같다. 기사 제목부터가 “한국 학술지 수준 어땠길래…‘국제기준 미달 123개’ 굴욕” 아닌가? 그런데 조금만 살펴 보아도, 기사에서 무언가가 단단히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 연구자들이 연구 결과를 게재해도 되는 곳인지 요청한 학술지에 대해서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평가 시스템에 등록된 한국 학술지의 절대 숫자 자체가 많지는 않다. 다만 국내 학술지 중 레벨 0 평가를 받은 학술지의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7월 23일 기준 노르웨이 학술지 평가 사이트에 등록된 한국 학술지는 전체 194개인데 이중 약 30%(58개)가 레벨 0 등급으로 분류됐다. 레벨 1 등급으로 분류된 한국 학술지는 131개로 집계됐고, 나머지는 발행이 중단된 학술지 등이었다.
핀란드 JUFO에는 269개의 한국 학술지가 등록돼 있다. JUFO는 한국으로 치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 해당하는 핀란드학술협회연맹(TSV)이 연구 결과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운영하는 학술지 등급 분류 시스템으로, 학술지를 레벨 0부터 레벨 3까지 4단계로 구분한다. [...] 한국 학술지 중에는 대한뇌졸중학회가 발간하는 ‘Journal of Stroke(뇌졸중 저널)’가 유일하게 레벨 2 등급으로 분류됐다. 레벨 1 등급의 한국 학술지는 190개였고, 레벨 0 등급은 75개로 집계됐다. 한국 학술지 중 레벨 0 등급의 비중은 27.9%로 노르웨이와 비슷했다. [...]
노르웨이 학술지 평가 사이트에 등록된 한국 학술지는 194개이고, 핀란드 학술지 평가 사이트에 등록된 한국 학술지는 269개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는 몇 종류나 될까? 전체 학술지는 6,299종이고, 그 중 KCI 등재지는 2,666종, 등재후보지는 222종이다. 그러니 “한국 학술지 중 레벨 0 등급의 비중은 27.9%로 노르웨이와 비슷했다”는 것은 아무 의미 없는 말이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학술지 중 95% 이상은 노르웨이든 핀란드든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기사에 나오는 “일부 연구자들은 국내 학술지의 엄정하지 못한 동료 심사 관행 등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느니, “국내의 평가 기준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지 점검해볼 여지는 있다”느니 하는 말도, 말 자체만 놓고 보면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르웨이와 핀란드의 한국 학술지 평가 결과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철학>이든 <경제학연구>든 <Journal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든 각 분야의 KCI 우수등재지인데(우수등재지는 각 분야마다 한 종만 선정된다), 왜 <Journal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만 핀란드 출판포럼 홈페이지에서 검색될까? 비-전공자 눈에도 보이는 차이점은 언어다. <철학>과 <경제학연구>는 한국어 논문과 영어 논문을 모두 받는데, <Journal of The Korean Physical Society>는 영어 논문만 받는다.
* 링크(1): [주간경향] 한국 학술지 수준 어땠길래…‘국제기준 미달 123개’ 굴욕
( https://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art_id=202507280600001 )
* 링크(2): 핀란드 출판포럼(JUFO) 홈페이지
( https://jfp.csc.fi/jufoportal )
(202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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