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빈 집 주변을 정리하다 뭐가 이상한 게 있어서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섰다. 약간 어둑어둑해져서 풀숲 사이에 뭐가 있는지 잘 안 보였다. 까투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내가 손만 살짝만 뻗어도 잡을 수 있는 거리에 까투리가 있었는데도 까투리는 아무 소리도 안 내고 가만히 있었다. 알을 품고 있어서 저러는 것이라 생각하여 소리 내지 않고 집으로 왔다.
아침에 다시 가보았다. 까투리는 같은 자리에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꿩을 그렇게 가까운 자리에서 본 게 처음이라 사진을 찍었다. 분명히 까투리도 나를 보았을 것인데 못 본 척했다. 나도 까투리를 보았지만 못 본 척했다.
(2023.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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