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23

새삼



두 달쯤 전에 폐가 주변을 정리한 적이 있다. 밭 주변을 정리하다가 밭 주변에 있는 폐가 주변까지 정리하게 된 것이다. 폐가 대문 근처에는 찔레나무가 너무 많이 자라서 근처에 가기도 어려울 정도였고 폐가의 담벼락에는 새삼이 잔뜩 붙어있었다. 밭 주변을 정리해도 폐가 근처를 정리하지 않으면 폐가 근처에서 자라던 것이 밭으로 침범할 것이었기 때문에 손댄 김에 폐가 근처도 정리했다.

담벼락에 붙은 새삼은 굵기가 거의 손가락만 했다.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여기 정리한 것이 언제냐고 물으니 어머니는 시집와서 처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가 시집와서부터 폐가였던 것은 아니고 20년쯤 전부터 폐가가 된 것이니 새삼도 나이가 그와 비슷할 것이었다.

담벼락에 하도 단단히 들러붙어 있어서 잘 떨어지지도 않는 새삼을 억지로 잡아당겨서 뜯어내고 톱으로 썰고 불에 태웠다.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소나무 냄새 같은 것이 풍겼다. 내가 일하다가 소나무 냄새를 맡느라 잠깐 일을 쉬니까 어머니는 나보고 왜 그러냐고 물었다. 내가 소나무 냄새가 나서 냄새를 맡고 있다고 하니, 어머니는 근처에 소나무도 없는데 어디서 소나무 냄새가 나겠느냐고 했다. 그런데 분명히 소나무 냄새가 났다. 새삼에서 나는 냄새였다.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자연인들이 산에서 소나무 줄기에 붙은 새삼을 채집하여 술로 담그는 장면이 나온다. 자연인이 톱으로 새삼을 자르면, 자연인 옆에서 윤택이나 이승윤이 소나무에 붙어서 자란 거라서 소나무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하고, 그러면 또 자연인은 새삼이 약재라고 하면서 술에 담근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나중에 산에 가서 소나무 빨아먹은 새삼을 채취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다. 내가 그동안 보았던 가느다란 새삼에서 향기 같은 것은 안 났는데 소나무에 붙어 산 새삼에는 소나무 향기가 난다고 하니 뭔가 약효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담벼락에 붙어서 자란 새삼에서도 소나무 향기가 짙게 났다. 새삼은 일정 연령만 지나면 그러한 향기가 나는 것이다.

물론, 나는 담벼락에서 떼어낸 새삼을 모두 불태웠다. 소나무 향기 때문에 잠깐 흔들리기도 했지만, 시멘트벽에 붙어서 자란 새삼을 술로 담그는 것은 너무 찝찝했기 때문이다. 굳이 시멘트독을 우려내서 먹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RISS에서 새삼의 효능을 분석한 한국어 논문이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그에 해당하는 논문은 없었다. 영동농업기술센터 연구팀이 2011년에 새삼을 인공재배하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 기사는 나오는데, 새삼의 정확한 효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 찾지 못했다. 새삼의 정확한 효능은 무엇인지, 소나무에 붙어서 자란 새삼과 다른 나무에 붙어서 자란 새삼 간에 성분상 차이가 있는지, 몇 년 된 새삼을 술로 담그는 게 좋은지 등을 연구한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연구가 없는 건지, 그런 연구가 있는데 내가 못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20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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