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김지영 박사가 국립창원대 철학과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순간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보이루’가 ‘보*+하이루’라는 논문을 쓴 사람이 국립대 교수가 되었다니. 친구가 보겸 논문 가지고 분노할 때 나는 “강사는 돈을 얼마 못 받으니까 미친 짓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윤김지영 박사가 국립대 교수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내가 분노하게 생겼다.
국립창원대 철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정말로 윤김지영 박사가 교수가 되어있었다. 비전임교원도 아니고 전임교원이었다. “윤지영 교수님은 유럽 현대 철학 분야 전공으로, 한국 페미니즘을 대표하는 한 분이며, 철학에 대한 의지가 남다르신 분입니다”라고 소개한 글이 있었다. 홈페이지에는 윤지영 교수의 대외활동을 소개한 게시글도 있었다. 최근에 KBS 뉴스와 MBC 뉴스에서 인터뷰했다고 한다.
너무도 놀라운 소식에 한동안 멍하게 있다가 정신이 돌아왔다. ‘아, 보겸 논문은 윤지선 박사가 쓴 거지? 윤김지영 박사는 윤지선 박사의 언니고. 아, 순간 헷갈렸네.’ 잠시 안도했는데 생각해보니 윤지선 박사나 윤김지영 박사나 그게 그거 아닌가? 정신이 나갈 뻔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게 그렇게까지 분노할 만한 소식은 아니다. 윤김지영 박사가 국립대 교수가 되었다는 것은, 나 같은 사람도 국립대 교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잘 되지 말아야 할 사람이 잘 되었다고 분노할 것이 아니라, 내가 잘 될 가능성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높다는 것에 희망을 찾는 것이 더 좋은 태도이다.
국립창원대의 홈페이지를 보고 나서, 대학원을 그만두지 말고 어떻게든 박사학위를 받아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하는 게 잘 안 된다고 해서 주눅 들 것이 아니다. 가슴 한 구석에 야망을 품고 살아야겠다. 윤김지영 박사가 그러했듯 나도 야망자... 아니 야망 있는 자의 서사를 써내려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202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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