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땅 속에서 나온 화단 경계석



화단에 매화나무를 심으려고 땅을 팠다. 원래 살구나무가 있던 자리인데 살구나무가 죽어서 빈 자리에 매화나무를 심기로 한 것이다. 아버지가 거름을 잘못 주어서 죽은 건지 병충해 때문에 죽은 건지는 모르겠다.

땅을 몇 삽 파니 돌덩이가 보였다. 돌덩이를 파내려고 땅을 계속 팠는데 돌이 생각보다 컸다. 땅을 아무리 파도 돌이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내가 들어올릴 수 있는 크기보다 돌덩이가 큰 것 같아서 창고에서 망치를 가져와 돌덩이를 내리쳤다. 원래는 돌을 깨뜨려서 꺼낼 생각이었는데 망치로 두 번 내리쳤을 때 깨뜨릴 수 있는 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망치 모서리가 약간 깨졌지만 돌덩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옆집에 사는 중장비 기사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서 포크래인으로 돌을 캐내었다. 땅 속에서 길이 1미터 정도 되는 큰 돌이 나왔다. 큰 돌이 나온 자리의 옆에서 큰 돌의 절반 크기 정도 되는 돌덩이가 하나 더 나왔다. 애초에 사람 힘으로 꺼낼 수도 없고 망치로 깨부술 수도 없는 돌이었던 것이다.

살구나무를 심을 때 아버지는 땅 속에 돌덩이가 있음을 알았을 것이다. 아마도 돌덩이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귀찮아서 파내지 않고 돌덩이를 약간 피해서 살구나무를 심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성격이나 평소 행동을 보면 충분히 그랬을 법하다.

하여간 돌덩이를 보니 경계석으로 쓰면 딱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가던 차들이 집 앞에 있는 공터에서 차를 돌리면서 화단을 밟는다고 어머니가 가끔씩 화를 냈기 때문이다. 벽돌로 화단 경계를 표시했더니 자동차가 벽돌을 밟을 때마다 벽돌이 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화단 경계석으로 쓸 돌이 땅 속에서 나오다니, 비록 집안에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산수경석은 아니지만 참으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겠다.





(2021.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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