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이 이마에 있던 상처는 다 아물었고 털도 예전처럼 났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화천이가 집 안으로 자꾸 들어오려고 한다는 것이다. 틈만 보이면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목에 고깔을 끼고 집 안에서 며칠 살아보니 집 밖보다 집 안이 더 좋다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다.
화천이는 낮보다 밤에 더 집 안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아마도 일교차 때문에 밤에 약간 쌀쌀해서 그런 모양이다. 해만 지면 현관문 앞에서 화천이가 그렇게 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내가 집에 없을 때는 별로 안 그러는데 내가 집에만 있으면 화천이가 그렇게 운다고 한다.
화천이가 하도 울어서 현관문을 열면, 현관문 앞에 앉아있던 화천이가 집 안으로 뛰쳐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망설이지도 않고 거실로 성큼성큼 들어와서는 마치 원래부터 자기 자리인 것처럼 전기매트 위에 눕는다. 집 안에 들어오자마자 그르렁그르렁 하기 시작하고, 전기매트 위에 누우면 벌렁 누워서는 더 크게 그르렁거린다. 나가라고 해도 화천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나가라고 소리를 질러도 화천이는 들은 체 하지 않고, 나가라고 엉덩이를 밀어도 화천이는 바닥에 바짝 엎드리고 나가지 않는다. 결국 화천이가 집에서 한숨 자게 한 다음, 화천이가 집에 싫증이 나서 현관문으로 나가려고 하면 그 때 문을 열어주어 집 밖으로 나가게 했다.
어머니는 화천이가 집 안에 들어오는 것이 마땅치 않다. 화천이가 집 안에 들어오면 일단 반갑기는 반가운데, 화천이 몸에서는 고양이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사람이 씻기지 않는데다 온 동네를 돌아다니니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어머니가 전기매트에 누워서 자려고 할 때 냄새 나는 화천이가 어머니 근처에 와서는 그르렁거리니 잠을 자는 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결국, 어머니는 현관문 앞에 있는 화천이 집을 다시 만들어주라고 나에게 말했다. 화천이가 자기 집에 안 들어가고 자꾸 우리집에 들어오려고 하니, 화천이가 우리집에 들어오지 않도록 새로 화천이 집을 만들어주라는 것이었다.
나는 골판지로 화천이 집을 새로 만들어주었다. 그런데 화천이는 새 집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새로 집을 만들어주었다는 것을 화천이가 모르는 것 같아서 화천이를 새 집에 들어가게 유도했다. 화천이는 새 집에 머리를 슥 넣더니 얼른 머리를 빼서 저만치 달아났다. 예전에는 골판지 집에서 잘만 살았는데 사람 사는 집에서 살다보니 영 싫은 모양이었다. 사람이나 고양이나 넓은 집 살다가 좁은 집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화천이가 골판지 집에 들어가게 해야 했다. 화천이가 사료를 달라고 울 때 나는 화천이 집 안에 사료를 놓아두었다. 웬만하면 집 안에 들어가는 것이 정상인데, 화천이는 골판지 집에 머리만 집어넣고 사료만 먹었고, 사료를 다 먹자마자 머리를 쏙 빼서 현관문 앞에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골판지 집은 쳐다보지도 않고 현관문만 보고 있었다.
(2021.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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