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05

이공계 글쓰기의 목표



데이비드 살스버그의 『천재들의 주사위』에는 통계학자 예르지 네이만(Jerzy Neyman)이 얼마나 글을 잘 쓴 학자였는지를 설명한 부분이 있다.


독자들은 믿지 못하겠지만, 글을 쓰는 방식은 수학 연구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몇몇 수학자들은 그들이 쉽게 이해하는 내용을 글로 써내려가는 데 무척 어려움을 겪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한 줄 한 줄을 기호들로 가득 채우는 데 희열을 느낀 나머지 한 줄에 지나치게 새새한 내용을 담게 되어 전체를 지배하는 아이디어가 부분에 가려 사라져버리거나 아주 하찮은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복잡한 아이디어를 아주 쉽고 간략하게 표현하여 설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명확히 드러낼 줄 아는 학자도 있다. 이 중 네이만은, 한 번 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이 그 결과를 이해하고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도록 글을 쓸 줄 아는 학자였다. 그의 논문을 읽는 건 일종의 즐거움이다. 아이디어는 자연스럽게 발전하며 수식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간결하고 결론이 너무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나머지, 그의 논문을 읽다 보면 이 간단한 내용을 왜 여태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154-155쪽)


네이만이 얼마나 글을 잘 쓴 학자였기에 이런 평을 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독자가 살스버그와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글을 쓰는 것을 학술적 글쓰기의 목표로 삼을 만한 것 같다. 혹시라도 나중에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강좌를 맡는다면, 수업 첫 시간에 살스버그의 글을 보여주고 글쓰기 수업의 목표가 이런 것이라고 말해야겠다.

* 참고 문헌

데이비드 살스버그, 『천재들의 주사위』, 최정규 옮김 (뿌리와이파리, 2003).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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