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강유정 의원이 연예기획사가 소속 연예인들에게 연 1회 이상 인문교육을 받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고 한다. 연예인들에게 인문학을 왜 가르치나? 기사에 따르면, 강유정 의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강 의원은 “인문학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함으로써 자기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을 발견하게 한다”며, “대중문화예술인 인문학 의무 교육은 어린 나이부터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노출된 연예인들에게 건강한 자아 존중감과 자기 긍정 가치관을 세울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밝혔다.
나는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 고민해 본 적이 없어서 ‘나는 누구인가?’ 같은 질문을 왜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연예인들이 자아를 찾게 하기 위해 인문학을 가르치자는 개정법률안이 나올 정도라면, 인문학이 자아를 찾는 데 어떠한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학박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인문학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양한 관점에서 탐구함으로써 자기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을 발견하게 한다”고 말할 정도라면, 적어도 한 명 이상은 그러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어떤 분야의 어떤 문헌을 읽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험을 했다는 기록이나 증언이 있을 법하다. 그런데 그런 사례가 있나?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그러한 사례를 한 건도 보지 못했다. 그 대신, 찡찡거리는 사람들이 인문 같은 소리나 하니까 인문학과 자아 찾기가 무슨 관련이 있겠거니 하며 막연히 짐작하는 사람들은 많이 보았다.
헛꿈 꾸어놓고 계시받았다고 착각하는 심약한 개신교 광신도들도 간증 같은 것을 한다. 비록 정신 나간 소리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어떤 꿈을 꾸었고 그게 어떤 일과 연결된다고 분명하게 말한다. 인문학이 마치 건강보조제라도 되는 듯 여기는 사람들은 약을 팔 때는 온갖 똑똑한 척을 하면서, 왜 검증되거나 반증될 만한 구체적인 사례는 제시하지 않는가? 이 정도면, 증거기반 의학이나 증거기반 정책처럼 증거기반 인문학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을 정도다.
* 뱀발
강유정 의원은 올해 3월뿐만 아니라 작년 5월에도 대중문화예술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한 적이 있다. 작년에 발의한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연예인들의 고용안전망을 강화하고 표준계약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사업자(연예기획사)에 대하여 대중문화예술산업에 관한 재정지원을 한다는 것이었다. 구글 검색 결과 해당 발의안에 대한 기사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올해 발의한 개정안(연예인 인문학 교육)의 경우, 몇몇 언론사를 통해 관련 기사가 나왔다.
두 개정안에 관한 언론보도의 차이를 보니 한 가지 의심이 든다. 올해 발의한 개정안은 정말로 인문학이 자기 내면에 흐르는 존엄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여 나온 것일까, 아니면 아예 사회 저변에 널리 깔린 인문 망상을 자극할 만한 내용을 개정안에 반영하고 언론보도를 낸 것일까?
* 링크(1): [한경BUSINESS] ‘연예인들의 잇단 비보에’···강유정 의원, ‘연예인 인문학 교육법’ 발의
(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503231777b )
* 링크(2): 입법통합지식관리시스템
( https://likms.assembly.go.kr/bill/billDetail.do?billId=PRC_Y2M4M0O5L3O0Q1J6U1H7I3O2X9W2V2 )
(2025.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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