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4

지도교수님의 프로포즈?



지도교수님이 사모님과 통화하시는 것을 우연히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은 지금도 사모님과 서로 존대말을 하신다. 결혼 생활이 30년은 넘었을 텐데도 그렇다. 나는 그런 일이 드라마 같은 데서나 있는 줄 알았는데, 바로 내 근처에 그런 분이 계실 줄은 몰랐다.

선생님과 사모님이 통화하는 것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이 결혼을 할 때 선생님과 사모님 중 한 명이 결혼을 제안했을 것이다. 지금도 한국에서 연애나 결혼을 제안하는 사람은 대체로 남성이니, 그 당시는 그런 분위기가 더 강했을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이 선뜻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 같지는 않다. 선생님이 워낙 내성적인 분이라 말씀을 하셔도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완곡 화법을 완곡하게 말씀하신다. 어느 정도로 내성적인 분인가 하면, 석사 논문 속표지에 쓴 감사 편지도 당사자 앞에서 안 보시는 분이다. 석사 논문 겉표지를 넘기고 속표지에 검은 글씨가 보이자마자 곧바로 그 다음 장으로 넘기면서 “으음... 지적 사항은 잘 수정했나...”라고 하신다. 다른 선생님들은 당사자 앞에서 속표지에 있는 감사 편지를 곧바로 읽는다.

선생님이 교제나 결혼을 제안하셨다면 어떻게 말씀하셨을까. “어... 내가 당신을 어쩌면 좋아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그러한 possibility를 exclude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만...”이라고 하셨으려나.

(2017.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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