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30
2024/07/29
연동이의 농노
다른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연동이도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 높은 곳에 올라가서 무엇을 보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무언가를 보고 있다.
고양이는 자신을 키워주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시중을 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주인의 집을 자기 집으로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 말이 맞다면 연동이는 집뿐만 아니라 집 근처의 토지도 자기 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연동이가 돌아다니는 땅에 다른 도둑고양이가 침입하면 내가 쫓아주니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연동이는 내가 땅을 파면 자기 화장실을 만들어준 줄 아는지 다른 곳도 다 흙인데 굳이 내가 땅 판 곳에 와서 볼 일을 보고 간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집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나는 동물 키우면서 유난 떠는 것을 안 좋아하기 때문에 집사네 뭐네 하는 식의 표현도 안 좋아하는데, 굳이 그들의 표현법을 따르자면, 나는 집사보다는 농노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2024.05.29.)
2024/07/28
전원주택 진입로 콘크리트 제거 완료
전원주택 진입로를 포장한 콘크리트를 모두 뜯어냈다. 막판에 애를 먹었는데 결국 다 뜯어냈다.
진입로를 포장한 콘크리트는 두께가 균일하지 않았다. 처음 진입로를 만들 때 포장한 콘크리트는 비교적 얇은 편이었고, 이후에 도시가스관 매설 공사 할 때 가스공사에서 포장한 콘크리트는 처음 포장한 콘크리트보다 몇 배 두꺼웠다. 가스공사에서 포장한 부분은 너무 두꺼워서 망치로 쳐도 꿈쩍도 하지 않았고 곡괭이로도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사람을 불러서 처리하기에는 돈에 비해 처리할 양이 적었고, 내가 혼자 처리하려니 쉽지 않았다. 콘크리트 깨는 것 말고도 다른 할 일이 많아서 길바닥에 붙어 있을 수 없는 형편이라 두꺼운 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뒤로 미루니, 이전에 콘크리트를 제거한 부분과 남은 콘크리트 부분의 높이가 달라졌다. 이전에 제거한 부분에 흙과 자갈을 채워넣었지만, 비에 흙이 쓸려내려가고 자동차가 오가며 자갈이 움직이니 두 부분의 높이가 달라진 것이다.
콘크리트를 제거한 부분과 제거하지 않은 부분의 높이가 차이 나니 차량이 오갈 때 바닥이 쓸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이야기를 전원주택 입주민에게 들었다. 내가 해당 작업을 한 것은 덤프트럭 등 대형 공사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지 승용차의 바닥을 긁으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104호 주민 같은 사람들은 피해를 보아도 되지만, 다른 선량한 주민들은 피해를 보아서는 안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서둘러 콘크리트를 완전히 제거하고 길바닥을 평탄하게 하는 작업을 하기로 했다.
남은 콘크리트가 너무 두꺼워서 망치로 두드려 봐야 손과 손목과 팔꿈치가 저리기만 하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전에 뜯어낸 콘크리트 덩어리를 머리 위로 올린 다음 바닥에 내려쳤지만, 내리친 콘크리트만 깨졌지 밑에 박힌 콘크리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콘크리트 덩어리 주변의 흙을 파낸 다음 망치로 콘크리트 덩어리를 때렸다. 계속 때리니 금이 가는 부분이 생겼다. 일부 조각난 부분을 떼어내고, 그 틈에 곡괭이를 넣고 콘크리트 덩어리를 위로 들어 올리고, 다시 망치로 때리고, 비교적 큰 콘크리트 덩어리로 바닥을 내려치기를 반복하자, 금이 몇 개 생겼다.
바닥에 박힌 콘크리트 덩어리가 몇 토막이 나서 한 조각씩 땅에서 뽑아내려고 했는데, 몇 토막이 났어도 덩어리가 너무 커서 뽑아낼 수 없었다. 한 손으로는 곡괭이로 콘크리트 덩어리를 위로 들어올린 다음, 다른 손으로 콘크리트 덩어리와 흙 사이에 넣어 작은 콘크리트 덩어리를 집어넣어 큰 콘크리트 덩어리가 땅에서 살짝 뜨게 만든 뒤 콘크리트 덩어리 가장자리를 망치로 내리쳤다. 그런 방식으로 땅에서 뽑아낼 정도로 콘크리트 덩어리의 크기를 줄였다. 콘크리트 덩어리가 하도 커서 웬만큼 가장자리를 떼어내어서는 땅에서 뽑아내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없어서 무리해서 그냥 뽑아냈다. 그렇게 진입로 콘크리트 제거를 완료했다. 죽을 뻔했다.
(2024.05.28.)
2024/07/25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예언한 알라딘 독자 구매평 성지순례
졸업하게 해주세요. 교수되게 해주세요. 결혼하게 해주세요. * 링크: [알라딘] 흰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소설 ( 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43220344 ) ...
-
<죽으면 되는 것이다> 짤은 『고우영 십팔사략』 10권 96쪽에 나온다. 후량-후당-후진-후한-후주-송으로 이어지는 5대 10국 시대에서 후한이 망할 때 풍도가 유빈을 죽인 일을 그린 것이다. 907년 주전충이 당을 멸망시키고 후량(後粱...
-
누군가 잘 나간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면 그에게 “문화 권력”이라는 수식어가 들러붙는다. “권력”이라는 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말하는데 “문화 권력”이라고 불리는 건 그냥 그 사람이 요새 잘 나간다는 말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김용...
-
대학원에는 학위를 받으면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주변 사람에게 주는 풍습이 있다. 예전과 달리 오늘날에는 논문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공개되지만 여전히 학위 논문을 제본해서 나누어주는 풍습이 남아있다. 어떤 행동 유형이 관례로 자리 잡으면 그 자체로 관성을...
-
최재천 교수는 교회에 다닌다고 한다. 생물학자가 어쩌다 교회에 다니게 된 것인가? 『다윈 지능』에서 최재천 교수는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한다. 어느 날 목사님(강원용 목사)은 설명을 마치고 일어서려는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최 교수는 진화론자인데 ...
-
[ Paul Oppenheim and Hilary Putnam (1958), “Unity of Science as a Working Hypothesis”, Minnesota Studies in the Philosophy of Scien...
-
고등학교 사회탐구 <윤리와 사상>에서는 헤겔 변증법도 가르친다. 놀라운 일이다. 나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헤겔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전혀 모르고, 다만 철학 전공자들을 괴롭혀온 나쁜 놈이라고만 알고 있다. 대학원도 철학과로 왔지만...
-
학교의 평생교육원을 통해서 고등학교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고등학생들과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읽는 일이었다. 고등학생이 뭐 하러 『국부론』을 읽는가? 느낌이 왔다. 분명히 담당 교사가 무언가 단단히 잘못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짰을 것이다. 학생...
-
[ 올더스 헉슬리, 『멋진 신세계』, 정소연 옮김 (궁리, 2007). ] [1] <런던 중앙 인공부화, 조건반사 양육소> 34층밖에 안 되는 나지막한 회색 건물 세계 정부의 표어: “공동체, 동일성, 안정” 선과 행복을...
-
越女詞 월 지방 처녀들 노래 其 1 長干吳兒女 장간에 사는 오 땅 아가씨 (장간오아녀) 眉目艶新月 눈썹과 눈이 초승달처럼 아름답네 (미목염신월) 屐上足如霜 나막신 신은 서리 같은 발 (극상족여상) 不着鴉...
-
2019년 5월 7일(화)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가 퇴근하고 집에 오다 보니 집 근처에 있는 밭에서 인부들이 포크래인으로 흄관을 묻고 있었다고 한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인부들은 “농어촌공사의 허가를 받았다”고만 말하고는 서둘러 퇴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