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가에서 데려온 새끼 고양이가 우리집에 도착한 것은 12월 16일(토) 밤이었다. 눈이 길에 쌓여서 이모 차는 우리집에 진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집에서 조금 떨어진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만나기로 했다. 나와 어머니는 편의점까지 걸어가서 새끼 고양이를 받아왔다. 유독 추운 날이었다.
외가 근처에 고양이가 새끼를 여러 마리 낳았는데, 길고양이인데도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잘 따랐다고 한다. 우리집에 고양이가 필요하다는 소식을 들은 외삼촌은 새끼 중 한 마리를 잡아서 길들였다. 낮에는 밖에서 뛰어놀게 하고 방에는 외삼촌하고 방에서 같이 잤다고 한다. 방에 고양이를 데려오니 외할머니는 난리가 났지만 어찌어찌 대충 넘어갔다고 한다. 그렇게 한 다음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이모댁에 오는 길에 우리집에 들러 새끼 고양이를 우리집에 전달했다. 어머니는 새끼 고양이가 연동리에서 왔다고 이름을 ‘연동이’라고 지었다.
새끼 고양이가 거실에서 돌아다니면서 똥을 싸면 안 되니까 일단은 이동장에 가두어 놓았다. 어차피 밤이니까 고양이도 자야 할 것이니 잠시 이동장에 갇혀 있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이었다. 언제까지고 이동장에 있을 수도 없어서 그 다음 날 아침에는 현관문 밖에 새끼 고양이를 잠시 내보냈다. 낮에는 밖에서 좀 놀고 밤에는 추우니까 화장실에 있게 하려고 했다.
교회 가기 전에 현관문 근처에서 새끼 고양이가 놀고 있었는데 교회 다녀오니 새끼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가 어디 갔느냐고 물으니 어머니도 모른다고 했다. 현관문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고양이를 찾았는데 아무 데도 보이지 않았다. 한참 찾는데 순간 고양이 우는 소리가 아주 짧게 들렸다. 주변을 샅샅이 뒤졌는데 고양이는 없었다. 날도 추운데 새끼 고양이가 어디 간 것인가? 어머니는 괜히 고양이를 밖에 내놓아서 죽게 만들었다고 하면서 점심을 안 드셨다. 나는 일단 점심은 간단히 먹고 다시 나가서 고양이를 찾았다. 한참 찾는데 또 아까처럼 아주 짧고 작게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역시나 고양이는 없었다. 어머니는 내가 헛것을 들었다고 했다. 나는 분명히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정말 헛것을 들은 것인가? 또 한참을 찾았다. 그러다 뭔가 이상해서 현관문 바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 속을 살펴보았다. 어떻게 들어갔는지 새끼 고양이가 그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새끼 고양이를 쓰레기통에서 꺼내서 거실로 데려왔다.
처음에는 고양이가 얌전한 줄 알았는데 며칠 지나니까 원래부터 자기 집인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바닥에 있다가 의자 찍고 책상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의자 찍고 책상에 올라가는 것을 반복하지 않나, 거실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뛰었다가 다시 거실을 몇 바퀴 돌지 않나, 사람한테 달려들어서 사람 발을 앞발로 붙들고 레슬링을 하지 않나, 심지어 작은 어항을 엎기까지 했다.
거기까지는 그렇다고 치겠는데 언제부터인가 거실에서 똥오줌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모 말로는 고양이가 똑똑해서 외가에 있을 때도 종이상자 안에서 똥을 눈다고 했는데 우리집에 와서는 똥을 누지 않았다. 어떻게 된 것인가? 고양이가 거실에서 뛰어놀다가 갑자기 컴퓨터 책상 뒤쪽으로 가서 한참 있더니 여유 있게 천천히 기어나왔다. 거실에서 뛰어놀 때는 그렇게 사람한테 엉기고 난리도 아니더니 구석만 갔다 오면 사람을 슬금슬금 피했다. 이상해서 살펴보니 고양이는 그 작은 공간을 화장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외삼촌 방에서는 제일 편한 공간이 종이상자여서 종이상자에서 일을 볼 것이고 우리집 거실에서는 더 편한 곳이 있어서 거기서 일을 본 모양이었다. 원래 같으면 집 근처에서 모래를 퍼와서 고양이 화장실을 따로 만들 것인데, 날씨가 추워 땅이 얼어서 고양이 화장실 만드는 것을 미루었더니 그렇게 되었다.
밖이 추워서 새끼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지는 집 안에서 키우려고 했는데 이래서는 거실이 고양이 화장실이 될 판이라 낮에는 밖에서 놀게 하고 밤에는 화장실에서 지내게 하고 있다. 낮에 펄펄 뛰는 것을 보면 화장실에 가두어 놓으면 난리를 칠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다. 몇 번 울다가 얌전하게 있다.
그런데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새끼 고양이 혼자 화장실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았다. 고양이를 거실로 나오게 할 수 없으니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고양이하고 같이 있는다. 종이상자 안에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는 상자 밖으로 나와서 내 발을 끌어안고 레슬링을 한다. 그러다가 똥이나 오줌이 마려우면 종이상자에 들어가서 볼 일을 본다.
(20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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