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3

재미는 어디에서 오는가?



아르바이트 하던 업체에서 어떻게 해야 흥미로운 컨텐츠를 만들 수 있는지 일종의 원리 같은 것을 제시할 수 있느냐고 나에게 물은 적이 있다. 나는 재미는 어디까지나 과정이나 맥락에 있다고 믿는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당시 업체에서는 무맥락으로 흥미롭게 보일 만한 것을 만들 수 있느냐고 나에게 요구했고, 나는 그런 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마침 업체에서 인스타그램에 발행할 어떤 것을 만들라고 한 상황이어서, 나는 그에 맞추어 설명하기로 했다.

어떤 사진을 하나씩 따로 보면 재미없는데 모아놓고 보면 재미있는 경우가 있다. 왜 재미있을까? 사진 A와 B가 있고, 사진 A가 속성 a, b, c를 가지고 사진 B가 속성 d, e, f를 가진다고 하자. 이와 관련된 적절한 표기 방식은 잘 모르겠으니 대충 이렇게 쓰자.

A = {a, b, c}

B = {d, e, f}

일반적으로 사진 A를 볼 때 속성 a, b에 가중치를 부여하고 사진 B를 볼 때 속성 e, f에 가중치가 부여한다고 하자. 이 때 속성 c와 d가 유관한 속성(또는 유관하지는 않지만 비슷해 보이는 속성)이라면, A와 B를 붙여 놓으면 유관한 속성 c와 d에 초점을 맞추면서, 각 사진의 속성에 부여했던 가중치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재배치 속에서 일종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기존에 있던 것을 변형하여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일종의 상상력이라고 할 때, 요소들의 가중치 변화로 재미와 상상력에 관한 현상을 일부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음과 같은 예시를 보자. 사진 A는 어느 학생회 선거 홍보 입간판 사진이고 사진 B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포착한 사진이다. 두 사진이 가지는 요소를 위와 같이 표기한다면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A = {선거, 학생회, 대학원, ...}

B = {우주, 시간여행, 블랙홀, 과거, 후회, 책장, ...}

A와 B를 따로 보면, 각각 ‘선거’, ‘학생회’, 그리고 ‘우주’ ‘시간여행’, ‘블랙홀’에 가중치가 부여될 것이다. 그런데 둘을 붙이면 ‘대학원’과 ‘후회’에 가중치를 부여하면서 각 사진의 요소들의 가중치가 바뀌게 된다. 이 둘을 붙여놓은 게 재미가 없다면, 그건 가중치 부여의 변동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변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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