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파고 있는데 어디서 개 짖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땅에 쓸리는 소리가 들렸다. 목줄 손잡이가 풀린 옆집 개가 목줄을 달고 나에게 뛰어온 것이었다. 밥 먹다가 나온 뼈다귀를 옆집 개한테 몇 번 주었더니 언젠가부터 내가 근처에만 가도 좋아서 펄펄 뛰었는데, 그렇게 뛰다가 목줄 손잡이가 풀려서 나를 따라온 것이다.
개는 나로부터 두세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내가 땅 파는 것을 보았다. 혼자서 짖다가 앉았다가 일어섰다가 근처를 배회하다가 다시 내 근처에 와서 앉았다가 혼자서 펄쩍펄쩍 뛰었다. 주인 아저씨가 개하고 안 놀아주니까 그러는 것 같았는데, 나도 땅 파기 바빠서 개와 놀아줄 틈이 없었다.
내가 삽으로 흙을 퍼서 멀리 던지니 개는 흙덩이가 떨어진 곳으로 뛰어갔다가 나에게 돌아왔다. 삽으로 흙을 퍼서 또 던지니 개는 또 흙덩이가 떨어진 곳으로 뛰어갔다가 나에게 돌아왔다. 그렇게 몇 번 하니 개도 힘든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후 개는 다시 흙덩이가 떨어진 쪽으로 달려갔다. 내가 한참 삽질을 하고 나서 쉬는 동안, 개는 내가 판 구덩이에 코를 박더니 앞발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개는 그렇게 한참 뛰고 뒹굴고 놀다가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자 주인에게 달려갔다. 아마도 밥을 먹으러 갔던 것 같다. 잠시 뒤 밥을 다 먹었는지 개는 나에게 다시 뛰어왔다. 그렇게 내가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내 주변을 맴돌았다.
(2023.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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