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을 언급한 적이 있다. 연역 논증이 무엇이냐고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추상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답하고 귀납 논증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구체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것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답했다. 틀린 답변이다. 연역 논증은 전제들이 참일 때 결론이 필연적으로 참인 논증이고 귀납 논증은 전제들이 참일 때 결론이 개연적으로 참인 논증이다.
학생들이 틀린 답변을 했다고 지적하자 몇몇 학생들이 당황했다. 중학교 교과서에 그렇게 나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나는 “교과서 내용은 대체로 맞지만 다 맞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교과서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만 말했어야 했는데 나는 “교과서 집필진이 모두 멀쩡한 사람이라는 보장도 없다. 『환단고기』 신봉자가 윤리 교과서 집필진이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환단고기』 신봉자”를 언급하자 학생들이 더욱 술렁거렸다. 몇몇 학생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일이었을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교수는 교과서 집필진이었던 당시에는 『환단고기』를 위서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 교수는 같은 시기에 공자는 한국인이라고 주장했다. 공자는 동이족이고 동이족은 한국인이니까 공자는 한국인이라는 놀라운 삼단 논법을 펼쳤다. 그 교수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그러한 내용을 정리하여 책으로 출판했고, 그 교수가 소속된 대학에서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그 책을 읽혔다. 이는 중국에까지 알려졌다. 중국 매체는 한국 모 대학에 공자가 한국인이라고 주장하는 교수가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 언론에서는 해당 대학에 그러한 이름을 가진 교수가 없다며 중국 매체의 보도를 가짜 뉴스인 것처럼 다루었으나, 유학생들이 한국어가 서툴러서 그 교수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했을 수는 있어도 그러한 사실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 문제의 책이 바로 『곰이 성공하는 나라』이다.(대웅제약 창업주 자서전 제목으로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내가 15년 전쯤에 실제로 보았던 것을 말했는데도 학생들은 믿기 못하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렇게 쉬는 시간이 되었고 학생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우와, 진짜 있네?” 휴대전화로 검색했는데 『곰이 성공하는 나라』라는 책이 정말로 있으니 놀랐던 것이다. 근처에 있던 학생들이 그 학생에게 몰려들었다. 목차만 봐도 어마어마한 책임을 눈치챈 것 같았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다시 수업 시간이 되었을 때, 학생들은 그 책을 두고 여전히 웅성거렸다. 이미 원래 강의 내용 같은 것은 알 바가 아닌 상황이 되었다. 나는 그 교수가 자신이 환단고기 신봉자임을 어떻게 자각하게 되었는지 설명했다.
그 교수는 『환단고기』를 위서라고만 알고 실제로는 한 번도 안 읽어보았는데, 대학원 지도학생 중 한 명이 그 교수에게 『환단고기』를 읽어볼 것을 강력하게 권유하여 별 생각 없이 읽어보았더니 자신이 평생동안 한 연구와 정확히 일치하여 『환단고기』가 위서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자기가 평생동안 한 연구가 『환단고기』와 일치하면 자기 연구가 망했다고 생각해야 하는데, 반대로 그 교수는 자기 연구가 『환단고기』가 역사서임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내가 소설을 못 읽어서 잘 모르는데 보르헤스 소설 중에 그와 비슷한 내용의 소설도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소설 같은 이야기인데 내가 이러한 일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말한다면 누가 곧이곧대로 믿겠는가?
하여간 요새 그 교수는 증산도 방송인 <상생방송>에서 『환단고기』 강의를 한다고 알고 있다. 나는 그 교수가 언젠가 그러고 돌아다닐 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2023.09.05.)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