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0

학위논문 계획을 투자 계획에 비유한다면



올해 학술대회에서 나와 같은 지도교수의 지도학생이었고 현재 미국 대학에서 박사과정 중인 유학생을 만났다.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물음에 유학생은 석사과정 때 하려다가 못 했던 화학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은 원래 화학철학으로 석사학위논문을 쓰고 싶었으나 지도교수님이 허락하지 않아 하지 못했는데 어차피 이렇게 하게 될 것을 진작 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경제학의 철학을 하겠다고 하는 것이나 그 분이 화학철학을 하겠다는 것이나 남들 안 하는 거를 맨땅에서 한다는 점에서 거기서 거기였다. 왜 지도교수님은 내가 경제학의 철학으로 석사학위논문을 쓰는 것은 허락하고 그 분이 화학철학으로 석사학위논문을 쓰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 둘의 차이는 견본을 가져갔는지 여부에서 갈린 것 같다. 나는 어쨌든 견본을 보여드렸고 그 분은 견본을 못 보여드렸다. 나는 이를 한 마디로 줄여서 말했다. “1000만 원을 투자받으려면 적어도 10만 원짜리는 보여주어야 하는 거죠. 그냥 투자해달라고 하면 투자를 안 하죠.” 그 분은 웃으면서 내가 상담 같은 거 하면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 과학학과 대학원생들과 학위논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던 중에 내가 1000만 원을 투자받으려면 적어도 10만 원짜리는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들은 과학정책 전공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대학원생으로서는 10만 원이면 가진 거 전부일 수도 있을 텐데 그걸로 보여주는 것 자체가 어렵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역시 과학정책 전공이라 접근법이 달랐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사실은요, 일단 3만 원어치 정도만 하고 가져가요. 그러고 나서 [...]”

(202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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