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아는 사람의 남편이 맨발로 걷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하여 맨발로 산을 오르다 살모사에게 물려 이틀 간 병원에 입원했다고 한다. 정말 죽을 뻔했다고 한다. 혈액 순환 개선하려다가 다시는 혈액이 순환되지 않을 뻔했다.
작년 추석 때 집 근처에서 살모사를 본 적이 있다. 짜잔한 뱀들이야 많이 봤지만(그래도 볼 때마다 무서워서 몸이 굳는다) 살모사를 정면에서 본 것은 그 때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나는 뱀이 몸을 지면에 대고 있다가 진동을 느끼고 자기보다 큰 동물이 오면 피한다고 알고 있었고 실제로 내가 본 대부분의 뱀들은 그랬는데, 이 놈의 살모사는 사람을 봐도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몸을 부풀렸다. 알이라도 품고 있었으면 모성 본능 같은 것 때문인가보다 하고 이해하겠는데 그 살모사는 아무 이유 없이 그랬다. 약간 멀리서 쿵쿵 뛰었는데도 살모사는 도망가지 않았다. 무서워서 내가 길을 돌아갔다.
산에서 맨발로 걷다가 뱀에 물린 그 아저씨는 자기의 발걸음 진동에 뱀이 피할 줄 알았다가 뱀에 물렸을지도 모르겠다. 자연이 좋다 좋다 하지만 그건 자연을 적당히 파괴하여 인간에게 유해한 것을 다 치워놓고 나서 좋다고 하는 것이다. 자연을 만만하게 보다가 자연에 묻히는 수가 있으니 항상 조심해야 한다.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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