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륜산 케이블카를 타보았다. 원래는 대흥사를 경유하여 봉우리에 오를 생각이었으나 사촌동생이 등산을 싫어한다고 하여 케이블카를 탔다. 어머니를 비롯하여 외가 쪽 식구들은 대부분 예전에 두륜산 케이블카를 타보았고 나만 이번에 처음으로 탔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어서 올라가면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 올라 주변을 살펴보았다.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풍경이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가 10대 때 두륜산에 올라 보았던 풍경과 느낌이 달라서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뿐이다.
25년 전쯤에 정확히 어떤 봉우리에 올랐는지는 기억나지 않으나, 산 정상에 올라간 뒤 암벽에 걸친 계단을 통해 바위 위로 올라가 바다를 보았던 적이 있다. 옥빛 바다가 코앞에 있는 듯 가까이 보이고 저 멀리 한라산이 보였다. 내가 지금도 겁이 많고 어려서는 더 겁이 많았지만 그걸 감수하고도 바위 위로 올라갈 정도로 멋진 풍경이었다. 그때 보았던 풍경을 생각하고 전망대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이다.
다음에는 25년 전쯤에 올랐던 그 길로 산에 오를 생각이다. 다음에 또 오르겠다고 생각만 하고 마흔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더 나이 먹으면 힘들어서 산에 잘 못 오를테니 그 전에 그 때 그 바위에 올라야겠다.
(2023.08.12.)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