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에 학과장 선생님을 복도에서 만나 인사하니 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연구실에 가보자고 하셨다. 대학원 연구실에 전기 콘센트가 없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그 소식을 유럽에서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하셨다. 학회 때문에 유럽에 계실 때 그 소식을 들었던 것이다.
선생님은 두 손으로 내 두 어깨를 꽉 붙잡으며 정말 미안하다고,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하셨다. 내 어깨를 너무 가까이 당겨서 나를 껴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선생님은 내 어깨를 놓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과학철학회에 죄를 지은 것 같네. 과학철학 학생들이 연구하는 데 지장을 줘서.”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답했다. “사실 그 전이라고 해서 제가 연구를 제대로 한 게 아니기 때문에 과학철학회에 미친 피해는 미미할 겁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는데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오늘 오후 6시에 전기 배선 공사를 마쳤다. 이렇게 한 달 보름에 걸친 대학원생 연구실 이사가 끝났다.
(2023.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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