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에서 작업 중인 건설업체의 도움을 받아 밭을 가로질거 묻은 하수관을 캐냈다. 하수관이 밭에 묻혀 있다고 해서 당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수관이 묻혀 있다는 것을 빌미로 어떤 수작이 벌어질 수도 있어서 화근을 없애는 차원에서 파버렸다.
포크래인으로 땅을 파내고 인력으로 잔해를 치우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했다. 나도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밭에서 같이 일했다. 한참 일하고 있는데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밭으로 달려온 외국인 노동자가 한참 나하고 같이 일하다가 놀란 듯이 나에게 물었다. “어? 한국 사람이세요?” 나는 웃으며 답했다. “네, 제가 밭 주인이에요.” 그 노동자도 환하게 웃으며 손으로 자기 턱과 뺨을 만지며 나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인데 왜 이게(수염) 많아요?” 나는 답했다. “아버지는 더 많아요.”
그 노동자는 어느 나라에서 왔을까? 농업 쪽은 동남아에서 온 사람들이 많고 건설 쪽은 중앙아시아나 동유럽 쪽 사람들이 많다. 어디서 왔느냐는 물음에 그 노동자는 “키흙키흙”이라고 답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옆에 있던 다른 노동자가 “키르기스스탄이요”라고 답했다.
예전에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센터장 강성용 교수가 <삼프로TV>에 출연하여 자신이 수염을 기르는 이유를 설명한 적이 있다. 강성용 교수는 파키스탄 출장을 다니면서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수염을 기르면 현지인들과 교류하기 쉬워지고 여러모로 편해진다고 한다. 우선, 이슬람권의 경우 『코란』에 남자들보고 수염을 기르라는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남자와 여자의 구별을 하라는 구별은 있다고 한다. 선지자를 따라서 하는 것이 관행이라 남자들이 수염을 기른다고 한다. 또, 남자들끼리 수염을 기르면 친해지기 쉽다고 한다. 그들이 보기에 동양인은 그들과 체구도 다르고 인상도 달라 여성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데, 수염이 있으면 같은 남자라고 인식하게 되고 대화하기 편해진다고 한다.
내가 외국 생활을 해본 적이 있어서 잘 모르기는 하지만, 내가 수염이 많다는 이유로 마치 나를 외국에서 동포를 본 듯이 반가워하는 키르기스스탄 사람을 보니, 강성용 교수의 말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 링크: [삼프로TV] 스리랑카를 사이에 둔 미중전쟁의 배경 [강성용의 남아시아 인사이드 프롤로그-1]
( www.youtube.com/watch?v=lPEbK7En4mU )
(2022.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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