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학부 후배 결혼식을 앞두고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가 있었다. 을지로4가 근처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세운상가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나는 그 날 처음 세운상가에 간 것이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이어서 약간 놀라웠다. 리모델링했다는 소식만 듣고는 낡은 것이 말끔해졌나 보다 했는데, 그런 정도가 아니라 이국적인 분위기가 났다. 내가 몇 년 전 대만에 갔을 때 느꼈던 그런 분위기였다.
카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옆에 이상한 입간판이 있었다. 도청기를 파는 가게에서 녹음기, 추적기, 렌즈카드 뿐만 아니라 비아그라와 씨알리스까지 파는 것이 이상해 보였다. 일행들이 몇 가지 의견을 제시했다. 어차피 몰래 파는 거니까 몰래 파는 김에 이것저것 다 파는 거 아니냐 등등. 그런데 내가 보기에 여섯 가지를 한 사람이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바로, 비밀요원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007 영화 말고 옛날에 나온 007 영화를 보면, 비밀요원은 정보 수집, 요인 암살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양기가 쇠할 일도 자주 하니까 다른 장비와 함께 의약품도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해보니까,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단어를 여러 개 제시하고, 그 단어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만드는 놀이를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놀이를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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