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4/12

광신도 아주머니



최근에 개신교 광신도 아주머니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광신의 수준이라는 그렇게 반-사회적인 것은 아니었고, 우리가 흔히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수준의 광신도였다. 평범한 수준의 광신도란, 성서를 아무렇게나 읽고 편의대로 해석하며, 성서에 근거하지 않은 신비주의적인 발상을 하며, 그러한 이상 행동을 비-신자들이 보고 어떻게 생각할지 적절하게 예측하지 못하지만 어쨌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기도할 때 손뼉을 치고 입으로 소리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마귀를 쫓을 수 있다고 했다. 마태복음에서는 그러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마태복음을 읽지 않았던 것인가? 또, 광신도 아주머니는 소리 높여 기도해야 하나님이 들어준다고 말했다. 기독교적 유일신은 전지전능한데 작게 말하면 못 듣고 크게 말해야 듣는다는 것인가?

광신도 아주머니는 모든 찬송가를 BPM 120 정도의 빠르기로 불렀다. 찬송가마다 빠르기가 다른데 저렇게 획일적으로 불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똑같은 빠르기였다. 나는 복음성가는 콘서트 7080에나 나올 법한 멜로디여서 대체로 안 좋아하는데, 그 아주머니는 일반 찬송가보다 복음성가가 더 은혜롭다고 하면서 역시나 모든 복음성가를 BPM 120 정도의 빠르기로 불렀다. 참고로, 무당 푸닥거리 할 때 타악기 연주가 BPM 120 정도 된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광신도라면 하나님의 음성 정도는 들어주어야 한다. 하나님이 그 아주머니에게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사실, 그 행동은 굳이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하지 말라고 할 법한 행동이었는데, 그 아주머니는 광신도라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서야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음성을 듣고 무서워서 몇 달 동안 그 행동을 안 했는데 몇 달 지나다 보니까 잊어버리고 또 그 행동을 하다가 결국 심각한 병에 걸려서 고생했다고 한다. 구약에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는데, 지금은 구약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하여간 그래서 그 병이 걸렸다고 한다.

광신도 아주머니는 환상도 보았다고 한다. 하나님의 음성도 들었는데 환상도 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어떤 환상을 보았는지 그림까지 그려가며 설명했는데, 그 그림에 대한 해석이 성서에 전혀 근거한 것 같지는 않았다.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고 싶었는데 집에 갈 수 없었다.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뭐라고 기도했느냐면 ‘하나님, 제가 결혼을 할지 못 할지 모릅니다만, 혹시라도 계신다면, 그리고 제가 결혼하게 된다면, 부디 정신이 온전한 여자를 만나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하다니. 나는 내가 진짜 개신교 신자가 되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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