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회 문제를 너무나도 단순명료하게 진단하는 칼럼을 보면 약간 놀랍기도 하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아저씨들이 꼭 성숙한 중고등학생들이나 쓸 법한 글을 쓴다. 그들은 마치 한두 가지 요소만 달라지면 한국 사회의 문제가 죄다 해결될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다. 그렇게 문제가 명료하고 해결책도 간단하면 왜 지금까지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단 말인가?
독일 좋아하는 아저씨는 독일 이야기를 하고, 프랑스 좋아하는 아저씨는 프랑스 이야기하고, 북유럽 좋아하는 아저씨는 북유럽 이야기를 한다. 외국물 먹어서 참 좋겠다. 외국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냥 ‘아, 그런가 보다’ 하고 그 말을 다 믿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이상하다. 한두 개 바뀌어서 유럽이 될 것이었으면, 일본은 진작에 유럽이 되었어야지 왜 지금도 일본이란 말인가?
며칠 전에는 논에 성토 작업을 한다면서 마을에 15톤 덤프트럭이 진입한 적이 있었다. 덤프트럭이 들어오면 마을안길은 망가진다. 그걸 막을 법적인 근거가 있는가? 경찰을 부르면 오기는 하지만 형법상 문제가 없으니 민사로 해결하시라고 하고는 그냥 돌아간다. 사유지라고 해도 관행상 도로로 사용되는 길을 막으면 일반교통방해죄로 잡혀간다. 시청에 문의하면 관련 규정 자체가 없다고 답변한다. 일반 도로에서는 과적으로 잡는데 농로에서는 안 잡는다고? 안 잡는다. 일반 도로에서 과적으로 잡혀야만 농로로 진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15톤 덤프트럭만 다녀도 농로는 충분히 손상된다. 그래서 농로 파손이 전국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농로가 왜 망가지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얼핏 보면 매우 간단해 보인다. 신문에 칼럼 쓰기를 즐겨 하는 아저씨들이라면, 토지, 자본, 욕망, 이렇게 세 단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농로 파손을 막을 해결책을 염두에 둔다면 그 문제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음을 누구라고 알 수 있을 것이다. 농로 하나만 가지고도 이런데, 한 나라의 문제를 한두 가지 요소로 다 설명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까지 깔끔하게 제시한다? 그게 말이나 되겠는가?
(2022.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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