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21

대학통합네트워크는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수를 늘릴 수 있는가



내가 자료를 찾다가 충북대 경제학과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교수 수가 너무 적어서 약간 놀랐다. 경제학과인데 교수가 여덟 명밖에 안 된다. 철학과도 아니고 어떻게 경제학과 교수가 여덟 명밖에 안 되는가? 이상하다 싶어서 충남대 경제학과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다. 충남대 경제학과는 교수가 아홉 명이다. 강원대 경제학과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다. 강원대 경제학과는 교수가 일곱 명이다. 전북대 경제학과 홈페이지에도 들어가 보았다. 전북대는 다른 국립대보다 학생 수가 많다고 들었는데 교수는 열한 명이다.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열두 명이고 지역개발학전공까지 포함해도 열다섯 명이다. 그렇다면 서울대 경제학과는 교수가 몇 명일까? 서른여덟 명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의 교수 수가 과도하게 많은 것인가, 아니면 다른 국립대 경제학과의 교수 수가 과도하게 적은 것인가? 서울 시내 사립대 경제학과와 비교하면 답이 나올 것이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른다섯 명,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물아홉 명,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른 명, 성균관대 경제학과/글로벌경제학과 교수는 서른두 명,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물두 명이다.

보통은 교수 수가 학생 정원과 어느 정도 비례하기 마련일 것 같다. 그래서 경제학과 학생 수를 검색해보았는데 그건 못 찾았고, 총 재학생 수만 놓고 보면 크게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지방 국립대가 더 많다. 구글 검색에 따르면, 서울대 27,813명, 충북대 18,490명, 충남대 24,120명, 강원대 25,030명, 전북대 32,309명, 전남대 35,578명이다.

혹시 경제학과 교수가 그만큼 필요하지 않은데 내실과 상관없이 단순히 대학 평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교수를 확보한 것은 아닌가? 다른 과를 비교해보면 된다. 서울대 철학과는 교수가 열세 명이다.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생들은 외국 대학과 비교하여 교수 수가 적으며 교수 한 명이 지도해야 할 대학원생 수가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충북대 철학과 교수는 몇 명일까? 일곱 명이다. 충남대 철학과 교수는 여덟 명, 강원대 철학과 교수는 여섯 명이다. 그나마, 전북대 철학과 교수와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각각 열 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지방 국립대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다음 중 하나를 골라보자.

(1) 지방 국립대들의 교수 수를 늘린다.

(2) 지방 국립대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1)번이 맞는 답 같다. 배터리가 방전되었는데 직렬로 연결하나 병렬로 연결하나 뭐가 달라질 것이 있는가? 대학을 가로로 연결하든 세로로 연결하든 그래서 도대체 뭐가 좋아진다는 것인가? <가로세로연구소>인가?

<교수신문>에 따르면, 올해로 대학통합네트워크론이 나온 지 17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내가 학부를 다닐 때도 네트워크 같은 소리를 들었는데 아직도 그러는 것이다. 학부 때 내가 대충 읽어본 자료집에서도 실효성 없는 이야기뿐이었는데, 십몇 년이 지나도록 부르디외가 어쨌다느니, 권력이 어쨌다느니, 문화가 어쨌다느니 하는 이야기만 나왔다. 그게 한국 대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쥐뿔이나 무슨 도움이 된다는 것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다. 아마도 내가 무식해서 고상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간단명료한 설명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수를 어떻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인가?

대학통합네트워크 같은 소리를 아무리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딴 네트워크가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수를 어떻게 늘릴 수 있다는 것인지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아마도 가능한 답변은, 대학통합네트워크의 원래 취지가 지방 국립대의 경쟁력 강화 관점이 아니라 서열화 해체이므로 나의 논점이 어긋났다고 하는 것이겠다. 그런 답변을 하는 사람들은 서열화와 경쟁력이 별개인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러한 말을 할 것이다.

대학에서 받는 교육의 질이나 수준과 대학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입시에서 나타나는 대학의 서열이 무관한가? 그렇다면, 왜 대학 서열과 대학이 확보하는 자원은 비례하는가? 왜 학생 1인당 투입되는 교육비와 대학의 서열이 비례하는가? 왜 똑같은 신생 학교인데도 포항공대나 한예종 같이 돈을 때려넣어 만든 학교들은 기존의 학교들을 다 이겨먹는가? 왜 재단이 맛이 가면 학교도 같이 맛이 가는가? 아마도 문화 심취자나 이데올로기 심취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도 권력이 어떠니 이데올로기가 어떠니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유감스럽게도, 이제는 대학통합네트워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서울대 같은 학교를 열 개 만들면 입시의 병목현상이 사라진다고 이야기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고작 그런 결론을 얻는 데 17년이나 걸린다니.

네트워크 같은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교수 수부터 늘리자고 해보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있다고 치자.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가 늘든 말든 여전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다. 월급이 깎이지도 않을 것이고, 연구비도 깎이지 않을 것이니, 손해 볼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 어느 날 자기가 석사학위를 준 학생에게서 곧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다는 연락을 받는다고 해보자. 충북대 경제학과에 자리가 생긴다. 이게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좋을까, 안 좋을까? 이런 식으로 따지면,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든,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든 모두에게 좋을 것이다. 당연히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도 좋고, 학부생도 좋고, 대학원생도 좋다. 지방 국립대 교수 수 확충 방안을 모색한다면, 여기저기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다. 다들 신이 나서 OECD 평균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몇 명이네, 정부 예산 중 고등교육 예산이 몇 퍼센트네, 어느 대학은 교수가 몇 명이네, 내가 유학 갔던 학교는 어땠네 하면서 지지 여론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감 없는 아저씨들은 괜히 이상한 데 꽂혀서 네트워크 같은 소리나 하고 다녀서 경북대나 부산대 같은 국립대에서도 반발하게 만든다. 아무리 감이 없어도 그렇게까지 감이 없을 수 있나?

네트워크 같은 소리가 아저씨들의 소소한 여가 활동 정도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다. 문제는, 정의당 같은 정당에서 그런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지난 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예비 후보가 서울을 해체한다고 했던 것을 기억해보자. 어차피 당선 안 될 거라고 해도 그렇게 막 나갈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와중에 국공립대네트워크 같은 것도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당에 정책 생산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하다는 것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상한 것을 그렇게 낼름 주워 먹는가? 주워 먹더라도 상했는지 안 상했는지는 봐가면서 주워먹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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