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2/30

토지 경계 안내문



<경인일보>와 <농민신문>에서 물류창고 공사와 관련한 내용을 기사로 보도했다. 두 신문의 기자 모두 현장을 촬영했는데 둘 다 같은 곳을 촬영했다. 바로, 내가 밭 경계에 설치한 안내문이다. 내가 설치한 것은 안내문인데 <경인신문>에는 “경고문”으로 나와 있다.

내가 안내문을 설치한 것은 위급 상황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다. 가령, 건설 인부들이 밭 입구에 몰려왔다고 가정하자. 내가 토지 경계를 적절하게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중장비를 끌고 진입할 수 없다. 그렇지만 상대방이 오판하거나 착각하거나 별다른 생각 없이 불법을 저지를 수도 있다. 경험 많은 상급자가 경험 적은 하급자를 속여서 불법을 저지르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경계를 표시하는 말뚝 등을 뽑고 공사를 진행한 뒤 원상복구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의 거짓말에 속아서 하급자가 불법 행위를 저지른다고 해보자. 아마도 나는 무조건 고발할 것이고 합의도 절대로 안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은 전과자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부들이 몰려왔을 때 그들을 위해 이런 사정을 일일이 설명한다면 목이 아프고 입이 마를 것이다. 안내문을 설치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인부들보고 안내문을 한 번씩 읽고 가라고 하면 굳이 소리 높여 말할 필요가 없다.

안내문을 설치했을 때의 또 다른 이점은 내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이 효과적으로 상황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자신이 혼자 집에 있을 때 공사 인부들이 오는 상황을 우려했는데, 나는 이에 대한 간단한 대처 요령을 알려드렸다.

(1) (인부들을 발견하자마자) 경찰을 부른다.

(2) 나에게 연락한다.

(3) 경계 표시한 곳 안쪽의 사유지에 선다.

(4) 인부들에게 안내문을 읽게 한다.

내가 토지 경계를 표시한 이후에 공사 인부들이 온 적이 없어서 내가 제시한 대처 요령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안내문이 어머니의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는 하다. 원래 나는 안내문을 봄에 한 쌍만 만들었는데, 어머니가 잘 보이는 곳에 하나 더 설치하라고 해서 여름에 한 쌍을 더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 밭 입구에서 똑같은 내용의 안내문 두 쌍을 볼 수 있다.






* 뱀발

안내문은 형법 제42장 ‘손괴의 죄’와 그와 관련된 판결을 보도한 신문기사, 이렇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 안내문은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형법 제42장 손괴의 죄

제366조(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367조(공익건조물파괴)

공익에 공하는 건조물을 파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368조(중손괴)

① 전2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하여 위험을 발생하게 한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제366조 또는 제367조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369조(특수손괴)

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제366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② 제1항의 방법으로 제367조의 죄를 범한 때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370조(경계침범)

경계표를 손괴, 이동 또는 제거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토지의 경계를 인식 불능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제371조(미수범)

제366조, 제367조와 제369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두 번째 안내문은 연합뉴스의 “화분 넘어뜨려 뿌리 뽑혔다면… 법원 “다시 심었더라도 재물손괴””이라는 기사를 출력한 것이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화분을 넘어뜨려 식재된 나무의 뿌리가 뽑혔다면, 나중에 이를 다시 심어 복원했더라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한다고 한다.

* 링크: [연합뉴스] 화분 넘어뜨려 뿌리 뽑혔다면… 법원 “다시 심었더라도 재물손괴”

( www.yna.co.kr/view/AKR20200421163800004 )

(2021.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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