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7

물리학을 모르는 사람이 <물리학의 철학> 수업을 듣는 괴로움



누군가가 영화 평론을 한다고 해보자. 주제가 어떻고 감독이 어떻고 화면 구성이 어떻고 촬영 기법이 어떻고 미장센이 어떻고 이 평론가는 이렇게 이야기했고 저 평론가는 이렇게 이야기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건 이래서 문제이고 저건 저래서 문제이고 여기서 핵심은 이 부분인데 이렇고 저렇고... 그러자 평론을 듣고 있던 사람들도 한 마디씩 한다. 그 영화의 그 부분에 대해 평소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당신 말을 들어보니 당신 말이 맞는 것 같다, 또는 틀린 것 같다, 또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등등. 여러 정황을 보았을 때 분명히 평론가도 믿을만한 사람이고 논의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믿을만하다. 나는 그것을 멀건이 듣고 있다가 문득 깨닫는다. ‘그런데 나는 이 영화를 못 보았잖아. 내가 이 영화 평론을 듣는 게 무슨 소용이야?’

나는 이번 학기에 <물리학의 철학> 수업을 듣는다. 물리학과에서는 이걸 이렇게 설명한다는데 물리철학자는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나는 눈만 뜨고 그냥 보고 있다. 나는 영화를 못 보았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그 영화를 제대로 못 볼 것 같은데 평론을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든, 영화사에 그런 반전이 있었든 없었든, 내가 그 영화를 못 보았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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