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4

도박사의 오류의 잘못된 사례

특정한 확률로 일어난 과거 사건이 그 사건과 독립적인 미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추론하는 오류를 도박사의 오류(gambler’s fallacy)라고 한다. 도박 중독자들이 패가망신할 때 이런 추론 과정을 거친다. 돈을 계속 잃어놓고는 지금까지 돈을 계속 잃었으니 다음 판에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판돈을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박사의 오류의 사례로 드는 것 중 하나가 폭탄이 떨어져서 생긴 구덩이에 숨는 행동이다. 한 번 폭탄이 떨어진 자리에 다시 폭탄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에 폭격으로 생긴 구덩이에 들어가는 것이다. 유시민의 어머니도 그가 어릴 때 그에게 그렇게 가르쳤다고 한다. 몇몇 논리학 교재에서는 과거에 폭탄이 떨어지는 사건이 미래에 폭탄이 떨어지는 사건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므로 구덩이든 아니든 폭탄이 떨어질 확률은 같으므로 이것이 도박사의 오류의 한 사례라고 소개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과학사 전공자에게 했더니, 그 전공자는 폭격으로 생긴 구덩이에 숨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며 그렇게 해야 생존율이 높다고 했다. 군대에서 포를 쏠 때 무작정 쏘는 것이 아니라 한 발 쏜 다음에 탄착지를 확인하고 포의 발사 각도 등을 조정한 다음 다시 쏜다고 한다. 포탄이 떨어져서 구덩이가 생겼다는 말은 맨땅에 포를 쏘았다는 것인데 포는 목표물을 맞추라고 있는 것이지 맨땅에 구덩이를 만들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첫 발을 맨땅에 쏴놓고 그 다음에도 포를 맨땅에 쏘면 상관에게 뒤지게 욕을 먹는다는 것이다. 포탄 한 발에 260만 원짜리도 있었다고 하니 맨땅에 계속 포를 쏘면 뒤지게 욕을 먹기는 하겠다. 그 과학사 전공자는 군대에서 포병으로 복무했다.

나는 과학사 전공자의 말을 듣고 두 가지 교훈을 얻었다. 하나는 폭격을 받으면 포탄 때문에 생긴 구덩이에 숨어야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철학하는 사람들이 현실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일단 의심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18.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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