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고양이의 새끼들은 어렸을 때 사람 손을 거치지 않아 지금도 사람 손을 피한다. 고양이가 사람과 가까이 지내려면 결정적인 시기에 사람과 같이 지내야 하고 그 기간에 사람과 같이 지나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사람과 가까이 지낼 수 없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 말이 맞나 보다. 그렇게 밥을 주는데도 노란 고양이 새끼들은 항상 나와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딱 한 걸음 정도 되는 거리다.
그렇다고 해서 노란 고양이들이 무조건 나를 피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말에 집에 도착해서 대문으로 들어오면 고양이들이 운다. 아는 척을 하기는 하는 것이다. 배가 고프면 사료를 달라고 울고, 내가 현관문 앞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나를 보고 운다. 울음소리를 듣고 새끼 고양이들한테 가까이 가면 고양이들은 꼭 한 걸음 정도만큼 뒤로 빠진다. 고양이가 피하는 것을 보고 나도 한 걸음 뒤로 빠지면 고양이들은 또 아까처럼 운다.
내가 뒷마당에 가면 노란 고양이 새끼들은 꼭 나를 쫓아온다.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고양이들은 나를 쫓아와서는 잔디밭에서 괜히 펄쩍펄쩍 뛰거나 감나무를 타고 오르거나 장독대에 앉는다. 나는 잔디밭이 풀밭이 되는 것을 막으려고 마당에 나올 때마다 풀을 한줌씩 뽑는데, 그때마다 고양이들은 내가 풀 뽑는 모습을 구경한다. 고양이 눈에 사람이 풀을 뽑는 것이 신기하게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풀을 뽑다가 새끼 고양이들한테 다가가면 또 한 걸음 거리만큼 뒤로 빠진다. 나하고 새끼 고양이들 사이에는 여전히 한 걸음만큼 거리가 있다.
(20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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