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하는 사람한테 사업하면서 어떨 때 제일 힘드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비슷한 답변을 한다고 한다. 사업이 안 될 때 제일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서 힘들다는 것은 마음이 안 좋다, 가슴이 답답하다,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몸이 힘들다는 것이다. 사업이 잘 되면 사업자의 노동량과 노동시간이 늘고 사업이 안 될 때는 그 반대인데, 오히려 사업이 잘 될 때는 힘들 줄 모르고 일하고 사업이 안 될 때 몸이 더 힘들다고 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꼭 공부 못했던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까먹고는 공부 못하는 아이들한테 공부도 못 하는 놈이 뭐 그렇게 힘들어하느냐고 타박했다. 공부를 못하는데도 힘든 것이 아니라 공부를 못 하니까 힘들었던 것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를 둔 부모들 중 일부는 어느 집 아무개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공부를 잘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자기 자식을 들볶는데, 사실 그 우등생은 공부를 잘 하니까 힘이 나서 공부를 열심히 한 것이 아닐까 싶다.
대학원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나는 왜 힘든가. 변변하게 하는 것도 없고 보고서도 별 진척이 없는데 왜 힘든가. 공부를 못 하니까 힘든 것이다. 공부가 힘들다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데이비드 루이스 이야기를 한다. 데이비드 루이스는 당뇨병으로 고생하면서도 몸에 주사바늘 같은 것을 꽂고 연구를 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루이스의 일화가 시사하는 바를 잘못 파악하고 있다. 아픈 몸으로 연구를 계속한 것도 대단한 것이겠지만, 정말 대단한 점은 아픈 몸으로 연구를 진행할 정도로 연구가 잘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2018.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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