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대학원생이 기말보고서를 어떤 방향으로 쓸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미 자료는 충분히 모아놓았고 읽을 만큼 읽었는데 어떤 방향으로 논지를 구성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 법한 방향으로 논지를 구성하려니 이미 선행 연구가 충분히 있고 선행 연구를 피해서 논지를 구성하려니 논지가 전혀 그럴듯하지 않다고 했다. 며칠 고민하던 그 대학원생이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님, 결국 그 방향(선행 연구를 피하는 방향)으로 해야겠어요.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했습니다.” 루비콘 강을 건너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보고서를 완성하면 대학원이 비참해지고 보고서를 완성하지 못하면 네가 파멸하겠구나.”
학기말이라서 나도 뭔가 하고 있기는 있는데 이러다가 내가 파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냥 대학원이 비참해졌으면 좋겠다.
(2018.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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