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서적 번역서는 오역이 더러 있더라도 웬만하면 욕을 안 하려고 한다. 번역이 쉬운 일도 아닌데다 학술 서적 번역은 돈도 안 되는 일이라서, 오역이 조금 있어도 이해하고 넘어가든지 저자한테 슬쩍 알려주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읽은 어떤 학술 서적 번역서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오역 투성이다. 내가 10년 간 본 책 중 최악의 번역이다.
이 책은 심지어 사람 이름도 잘못 옮겨놓았다. John King을 ‘존 왕’이라고 번역했다. 이런 식으로 번역하면 소설가 스티븐 킹은 스티븐 왕으로 번역해야 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마틴 루터 왕 목사로 번역해야 한다. 반대로, 이런 식이면 한국 이름 김〇〇은 Metal 〇〇이나 Gold 〇〇으로 번역해야 할 것이다.
내가 과학사 전공자들에게 이런 사례를 이야기하니, 어떤 과학사 전공자도 자기가 본 희대의 발번역 사례를 소개했다. 어느 날 과학사 책을 읽는데 “나폴레옹주의”라는 단어가 나와서 이 것이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기에 대한 과학사 서적에 나폴레옹이 나올 이유가 없고 나폴레옹과 관련된 정치학 용어는 “나폴레옹주의”가 아니라 “보나파르티즘”(Bonapartism)이기 때문이다. 하도 이상해서 원문을 찾아봤더니 나폴레옹주의가 아니고 “Neoplatonism”(신-플라톤주의)이었다고 한다.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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