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에서 <미래라이프대>를 설립한다고 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름이 너무 구리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가르친다는 건지 알 수 없으면서 이름만 구리다. ‘평생교육원’이라고 하든지 ‘미용대학’이라면 안 되나? 굳이 한자와 영어를 조립해서 ‘미래라이프’라고 하는 기괴한 이름을 만들 필요가 있었나?
한국에서 개떡 같이 작명하는 것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단과 대학이든 정부 부처든 이름을 희한하게 만든다. 한두 단어로 해당 기관이 하는 역할을 표현하지 못하고 이 단어 저 단어 막 갖다 붙이거나 영어 발음을 그대로 옮겨놓거나 한자와 영어를 섞어놓는다. 식민지에서 쓰는 언어도 아니고, 왜 이렇게 근본 없는지 모르겠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 표기는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이다. “Ministry of Science”라고만 해도 충분하다. 정부 부처 이름에 굳이 Future Planning 같은 걸 붙일 필요가 없다. 어느 부서든 미래를 계획하지 과거를 계획하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 과거를 계획하는 부서는 조지 오웰 <1984>에 나오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밖에 없다. (진리부는 현재의 필요에 맞게 과거 사실을 조작하는 부서다.)
이런 추세면 국방부도 <멸공통일 국방부>나 <밀리터리부>로 바뀌지 말란 법이 없다. 대학에서 학과 통폐합과 개떡 같은 작명 실력이 결합하면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학과> 같은 기괴한 학과명도 곧 나올 것 같다.
* 링크: [중앙일보] 이대, 직장인 단과대 '미래라이프대' 설립 추진 철회
( http://news.joins.com/article/20394482 )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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