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연구실에서 연구하는 동료 대학원생 두 명이 부부가 되었다. 두 명 다 지도교수가 같아서 두 사람의 지도교수님이 주례를 맡으셨다.
주례사는 연구자 부부가 겪는 어려움에 관한 내용이었다. 철학은 근본 문제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철학을 한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고 난관 또한 많으니 두 사람이 함께 힘을 모아 잘 해내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저출산 시대에 애 낳는 게 애국이라는 저질 주례사가 횡행하는 시대에 보기 드문, 훌륭한 주례사였다. 결혼식 전날, 선생님은 “누가 결혼식에서 주례사를 듣습니까”라고 하셨지만 결혼식 뒤풀이의 화제거리 중 하나는 주례사였다. 적어도 대학원생들은 그랬다.
주례사 내용 중에는 <공무도하가>에 대한 선생님의 해석도 있었다. 선생님은 백수광부가 강을 건너려는 행위를 현실 세계에서 이상적인 세계로 나아가려는 노력 또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탐구로, 백수광부의 아내가 백수광부를 말리는 행위를 그러한 노력이나 탐구의 좌절로 해석하셨다. <공무도하가>를 배울 때 나는 ‘고조선 때도 술이 문제였구나, 술을 많이 마시면 안 되겠다’고만 생각했는데.
하여간 두 사람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
(201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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