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4

고양이와 통나무



날씨가 너무 더우니 고양이들도 밖에 돌아다니지 않는다. 고양이들은 현관 앞 시멘트 바닥에 살을 대고 죽은 듯이 엎드려 있다. 그렇게 한참 있다가 기운을 차리면 일어나서 나무 바닥을 긁는다. 작년 여름 한창 더울 때도 고양이들은 뒤뜰에 가서 감나무 줄기를 긁었는데 올 여름은 마당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만큼 더우니까 현관문 앞에서 나무 바닥을 긁는다.





고양이들이 나무 바닥을 긁으면 나무 바닥의 수명이 줄어든다. 고양이 입장을 상상해 봐도 나무 바닥을 긁는 건 나무줄기를 긁는 것보다 긁는 맛이 덜할 것 같다. 나는 고양이들 긁으라고 창고에서 통나무 한 덩이를 꺼냈다.

창고에서 꺼낸 통나무는 몇 년 전 감나무를 베었을 때 남겨둔 것이다. 나중에 조각을 배울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창고에 두었다. 그 당시 어머니는 나보고 또 창고에 이상한 거 넣는다고 미친놈이라고 욕했는데 그래도 나는 우기고 우겨서 겨우 창고에 통나무를 집어넣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앞으로도 내가 조각을 배울 것 같지는 않았다. 고양이들이 현관문 근처에서 발톱으로 긁으라고 통나무를 꺼냈다.

다음날 아침, 어머니는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욕했다. 현관문 근처에 통나무가 있어서 치우려고 했는데 도대체 무거워서 들 수가 없다면서 나보고 당장 치우라고 소리쳤다. 통나무를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현관문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옮겼다. 그러자 고양이들은 통나무는 본 체도 안 하고 다시 나무 바닥을 긁었다. 통나무 옮기느라 힘만 들고 미친놈이라고 욕만 먹었다.

(2016.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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