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대강 상상하는 것과 실제 해보는 것은 다르다. 실제로 해보면 대강 상상했을 때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역사 전공자 중에는 옛날 사람들이 했던 작업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조선사 전공자 중에는 궁중 음식을 재현한 사람도 있다. 문헌을 토대로 하여 당시 궁중 음식 조리법대로 음식을 만든다. 조선 후기 음식은 오늘날 한국인의 입맛에 비교적 가까운데 조선 전기로 갈수록 음식 맛이 이상해서 도대체 무슨 맛으로 이런 음식을 먹었나 싶을 정도라고 한다.
조선사 전공이면 괜찮은 편이다. 선사시대 전공자 중에는 신석기 시대 당시의 배를 재현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신석기 시대에는 나무 조각을 이어서 배를 만든 것이 아니라 통나무 안쪽을 파내어서 배를 만들었다. 이걸 재현한다는 것이다.
신석기 시대에는 간석기를 사용했다. 그러니 간석기부터 만들어야 한다. 돌멩이를 주워 와서 갈기 시작한다. 그렇게 간석기를 만들면 지도교수가 어디서 통나무를 가져온다. 대학원생들은 간석기를 가지고 통나무를 까기 시작한다. 하루에 여덟 시간씩 통나무를 까면 배 만드는 데 한 달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신석기 시대에는 불을 사용했다. 교수는 가설을 바꾼다. “불을 사용하면 배를 만드는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까?” 교수는 어디서 또 통나무를 가져온다. 대학원생들은 간석기로 또 통나무를 깐다. 통나무를 깠을 때 나오는 톱밥에 불을 붙이고 통나무를 안쪽부터 태워가며 간석기로 깐다. 이러면 2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전공을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가 아무리 인격자여도 전공을 잘못 선택하면 대학원생은 개고생 할 수밖에 없다.
(2016.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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