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19

10년 동안 기른 선인장의 죽음

     

10년 동안 기른 선인장이 죽었다. 정확히 언제 죽었는지는 모르겠다. 지난 겨울에 유독 집에서 난방을 안 했는데 그때 얼어 죽은 건지, 겨울에 선인장 화분을 옮겼는데 햇볕을 제대로 못 받아 죽은 건지 모르겠다.
  
학부 때 나는 경기도 장학관에서 지냈다. 당시 경기도 장학관은 성년의 날에 성년이 된 학생들에게 선인장을 선물했다. 성년의 날에는 장미를 준다고 하는데 왜 선인장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그 선인장을 경기도 장학관을 떠날 때까지 키웠고 경기도 장학관을 나와서는 집에 옮겨두고 키웠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선인장을 길렀고(상근예비역이라 집에서 부대를 출퇴근했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에도 선인장을 길렀다. 손가락 길이만한 선인장이 자라 손바닥 길이만큼 자라서 분갈이도 했다.
  
꽃도 안 피고 향도 안 나는 선인장이라, 나는 선인장을 보면서도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물 준 지 한 달 정도 되면 줄기가 약간 가늘어지고 다시 물을 주면 줄기가 약간 통통해지는 것 정도는 눈에 보였다. 그런 것을 보면서 별다른 느낌 없이, 그냥 선인장이 살아있나 보다, 조금씩 자라나보다 싶었다. 그런데 막상 선인장이 죽으니 마음이 안 좋다. 가시만 뾰족뾰족 난 멋대가리 없는 선인장인데 그 선인장이 죽으니 마음이 안 좋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올 무렵에 선인장 색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은 알았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때 조치를 취했으면 선인장이 죽지 않았을까. 선인장이 죽어 시커멓게 색이 변했는데도 화분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2016.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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