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드 맥스>를 보고 저녁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바로 연구실로 그냥 돌아왔어야 했다. 그런데 그냥 가기 아쉬워서 맥주를 마셨다. 영화를 같이 본 사람이 맥주를 사주겠다고 했다.
애초에는 한 병만 먹기로 마음먹었다. 마른 안주가 나왔다. 마른 안주를 먹으니 목이 말랐다. 맥주를 한 병 더 먹었다. 맥주를 먹고 안주를 먹었다. 입이 텁텁했다. 맥주를 한 병 더 먹었다. 손님이 없는 한산한 가게였다. 내 얼굴이 붉어질수록 주인 얼굴은 밝아졌다. 그렇게 하루에 한 잔씩 한 달 동안 커피를 사 먹을 수 있는 돈을 그렇게 하룻밤에 홀짝 다 마셨다.
기숙사에 돌아와 침대에 앉아 생각했다. 미친놈은 맥스가 아니라 나였구나 하면서. 집에 선물로 들어온 유자차-오미자차 세트에 적힌 문구가 기억났다.
“술 마시기 좋아하는 나라는 망하고, 차 마시기 좋아하는 나라는 흥한다.” - 다산 정약용
한 방에 술을 퍼마시느니 한 달에 걸쳐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게 훨씬 낫다. 그래서 나는 그 날 술을 사준 사람에게 다음번에 술을 사는 대신 매일 하루에 한 잔씩 한 달 동안 커피 한 잔씩 사겠다고 했다.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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