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전곡항과 궁평항에 다녀왔다. 전곡항은 아마도 처음 간 것 같고(어렸을 때 갔을 수도 있으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궁평항은 여러 번 가기는 했는데 최근 몇 년 간 가지 않았다. 몇 년 사이에 꽤 많이 바뀌었다.
전곡항 근처에 있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은 뒤, 고렴산 수렴공원 둘레길을 걸었다. 얕은 언덕 만든 둘레길인데 옆에 바다가 보였다. 둘레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서해랑 해상케이블카가 있었다. 케이블카는 타지 않았고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만 마셨다.
카페에서 유리창 너머로 바다를 보면서 한국이 선진국이 다 되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내가 전곡항을 처음 왔기 때문에 그 전에 어땠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차피 어렸을 때 보았던 경기 남부의 바다라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해상케이블카가 생기기 전에 어떠했을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바다가 있기는 있는데 물이 맑은 것도 아니고 경치가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아저씨들이 횟집에서 여기가 동해인지 서해인지 헷갈릴 정도로 술을 진탕 먹고 가는 곳이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바닷가의 모습이다. 그랬을 곳이 이렇게 근사한 관광지가 되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아직 마흔이 되지 않은 내가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신기해할 정도면, 도대체 노인들은 얼마나 신기해할까? 노인들이 박정희 덕에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고 믿고 길거리에서 태극기를 흔든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비난하지는 말아야겠다.
커피를 다 마시고 나서 궁평항에 갔다. 궁평항 방파제에서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인도교가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것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다리를 건너 해변을 지나 해송 군락까지 갔다. 더 가면 유원지 공사장이 있다고 하는데 거기까지는 가지 않았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해송이 있고 모래밭이 있고 그걸로 땡이었다. 그 때는 바다가 좋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달랐다. 해변이 약간 정돈되고 산책로가 생긴 것만으로도 느낌이 전혀 달랐다.
조만간 시간이 되면 제부도에 가봐야겠다. 예전에 갔을 때는 딱히 인상적인 것을 못 보았던 것 같은데 지금 가면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것 같다.
(2023.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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