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10

꿈에서 술을 강권하다



대학원에서 동료 대학원생들하고 중국집에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으면서 이과두주를 약간 마셨다. 이과두주를 마시니까 지난 크리스마스 때 오전 예배 보고 어머니와 중국집에서 점심식사 하면서 이과두주를 마실 때가 떠올랐다. 동료 대학원생들에게 그 때 생각했던 가상의 상황을 설명했다. 나도 술을 마시고 싶어 하고 부인도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데, 둘 중 한 명은 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술을 마실 것인가? 이 때 서로 치킨게임하지 않고, 내가 억지로 인내심을 발휘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술을 마시지 않고도 기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러한 행동을 유발할 때의 감정 상태가 아마도 흔히 말하는 사랑에 가깝지 않겠는가 하고 추측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내 이야기를 듣던 어떤 대학원생이 이렇게 물었다. “부인도 안 먹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부인도 양보하는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충분히 가능한 상황인데 왜 나는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을까? 내가 양보했는데 술을 그냥 좋게 먹지, 왜 사양하지? 그렇다고 내가 먹는 건 내가 애초에 바란 상황이 아닌데? 내가 한 번 더 양보했다고 치자. 부인도 한 번 더 양보한다면? 둘 다 술을 안 먹는 상황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한 명만 술을 안 먹으면 되는데 뭐 하러 두 명 다 술을 안 먹어야 하는가?

그렇게 대충 이야기를 넘기고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식사가 끝났다. 셔틀버스를 타고 기숙사로 가는 도중 잠이 들었는데 동료 대학원생이 말한 상황이 꿈에 나왔다. 거기서 동료 대학원생의 물음에 대한 해답이 나왔다.

꿈에서 부인이 술을 안 먹겠다고 해서, 나는 내가 운전할 테니 부인이 술을 먹으라고 했다. 부인이 또 술을 안 먹겠다고 했다. 아니, 내가 술을 안 먹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내가 화를 냈다.

“아이씨, 시끄러. 먹어.”

“아이, 안 먹어.”

“왜 안 먹어?”

“무슨 낮부터 술을 먹어?”

“야, 술은 낮부터 먹는 거지. 사장님 여기 이과두주 한 병 주세요.”

“사장님, 여기 이과두주 주지 마세요.”

“야이씨, 먹으라니까!”

“안 먹는다니까!”

“그럼 내가 먹는다?”

“어, 너 먹어라.”

“아니, 너보고 먹으랬잖아.”

“아이씨, 안 먹는디니까!”

대충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 셔틀버스가 기숙사에 도착하고 꿈에서 깼다.

나는 아직까지 남에게 술이든 음식이든 강권한 적이 없다. 꿈이라고는 하지만 내가 술 마시는 것을 마다하고 남에게 술을 권하다니, 그리고 강권하다니. 이게 형식상 강권이지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배려인 것 같은데, 이런 식의 배려가 있다니. 몇 십 년을 같이 살아온 노인 부부들도 이런 식으로 싸우는 건가 싶었다.

(2023.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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