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새끼 고양이가 이상해 보여서 살펴보니, 코에는 콧물이 흐르고 이따금씩 기침을 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 다음 날인가 보니 새끼 고양이 눈에 눈곱이 많이 끼어서 한쪽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화천이는 새끼 고양이의 눈을 핥아주지 않고 새끼 고양이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내가 화천이 대신 새끼 고양이의 눈에서 눈곱을 떼어주었다. 새끼 고양이는 여전히 콧물을 흘렸고 이따금 기침했고 이번에는 눈까지 충혈되어서 빨갰다. 고양이도 감기에 걸리나 싶었는데, 사람처럼 시름시름 아픈 것도 아니었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잘 돌아다녀서 병원에 데려가지는 않았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감기에 걸렸다. 나는 고양이를 손으로 만질 때마다 꼭 비누로 손을 씻는데, 그렇게 했는데도 감기에 걸렸다.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았을 때 나에게 기침과 재채기를 하기는 했다.
정말로 내가 새끼 고양이에게서 감기가 옮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도 새끼 고양이처럼 코에는 콧물이 흐르고 이따금 기침했다. 며칠이 지나자 비강이 아프고 쓰라렸고 그 때문에 눈이 빨갛게 충혈되었다. 그러고 나니까 눈에 눈곱이 끼는데, 아마 내 팔목에 붙은 것이 손이 아니라 앞발이었다면 새끼 고양이가 그랬던 것처럼 눈곱 때문에 한쪽 눈을 못 떴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인가 해서 자가검사 키트로 검사해보았다. 코로나19는 아니었다.
집에 와서 보니, 새끼 고양이는 거의 다 나아서 말짱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나도 며칠 전보다는 상태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시들시들하다. 내가 새끼 고양이보다 감기에 늦게 걸려서 그런 건지, 아니면 새끼 고양이보다 한참 늙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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